국·영·수, 쉬운 A 어려운 B 나눠 출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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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1일 발표된 ‘2014학년도 수능’ 시안의 가장 큰 특징은 난이도에 따라 A·B 유형으로 나눠 출제한다는 점이다. 과목 명칭이 국어·수학·영어로 바뀌면서 출제 범위도 교과서로 한정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신일용 수능출제연구실장은 “선택 과목 수를 줄이고 수준별 시험을 도입해 수험생들의 입시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개편안의 핵심”이라며 “교과서 출제를 강화해 학교 수업에 대한 충실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형별로는 쉬운 A형의 경우 B형보다 출제 범위도 좁고 장기적으로 문제은행식 출제를 강화한다. 국어·영어는 문항 수가 현재 50개에서 45개로 5개씩 줄지만 시험시간(국어 80분, 영어 70분)은 그대로다. 국어는 기존에 있던 듣기평가(5문항)가 없어진다. 국어 과목은 고교에서 독서와 문법, 문학 등 세부 영역별로 기초(Ⅰ)·심화(Ⅱ) 단계를 나눠 배우는데 A형은 기초 수준에서, B형은 심화 단계를 중심으로 출제된다.

 영어는 실용영어 교육 강화를 위해 듣기 문항 비중을 현재 34%에서 50%로 늘린다. A형은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생활영어 위주로, B형은 현재처럼 독해와 구문 등이 골고루 출제된다. 수학은 기존에도 수리 가(자연계), 나(인문계)형으로 출제된 만큼 A·B형으로 나눠 봐도 큰 변화가 없다. 사회(10과목)·과학(8과목)은 최대 선택 과목이 3과목에서 2과목으로 줄어든다. 제2외국어·한문에서는 베트남어가 선택 과목으로 추가된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쉬운 수능이 계속되면 논술 등 다른 전형요소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수능 반영 비중이 낮은 수시모집 비율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별력 문제 쟁점=쉬운 수능으로 인한 변별력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교과부의 ‘영역별 만점자 1%’ 방침이 유지되면 현재보다 쉬운 A형은 시험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효완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대표(은광여고 교사)는 “대학에서 A·B 어느 유형을 반영하느냐에 따라 대학 서열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과목도 국·영·수에 집중돼 결국 입시 위주로 가르치라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잦은 입시 변화에 학생·학부모는 혼란스러워했다. 서울의 한 인문계고 1학년 유모(16)군은 “수능이 어렵든 쉽든 상관 없는데 입시제도가 예측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1 자녀를 둔 최경주(45·여)씨는 “통합교과 위주로 공부를 해왔는데 갑자기 국·영·수 위주로 바뀐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윤석만·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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