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돌아온 신궁' 김수녕, 세계무대 화려한 컴백

중앙일보

입력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수줍음을 타던 소녀는 이제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됐지만 시위를 당기는 매서운 눈빛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6일(한국시간)
덴마크 브론비에서 벌어진 유러피언 그랑프리 양궁대회. '돌아온 신궁' 김수녕(29.경북 예천군청)
은 복귀 후 처음 나선 세계대회에서 차분하게 사선 위에 섰다.

8강전에서 맞붙은 나탈리야 볼로토바(러시아)
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볼로토바가 1백4점을 쐈지만 김수녕은 9점이나 앞선 1백13점으로 기를 꺾었다. 4강전에서는 대표팀 후배 김남순(인천시청)
을 꺾고 올라온 옐레나 플로트니코바(카자흐스탄)
를 1백10 - 1백6으로 물리쳤다.

1988년 서울올림픽 2관왕, 바르셀로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수녕의 존재를 잊었던 외국팀 관계자들도 그제서야 그녀를 알아봤다.

마침내 결승전. 스페인의 알무메다 가야르도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지만 스코어는 1백5 - 1백2로 김수녕의 3점차 승리.

김수녕은 6살짜리 딸 지원이와 16개월된 아들 정훈이에게 자랑스런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를 결심했을 때 주위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해볼 것 다해본 선수가 후배 앞길을 가로막는다" 는 비아냥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그녀는 묵묵히 과녁과 씨름했다. 나이가 10살 넘게 차이 나는 후배들과 대결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어차피 양궁은 자신과의 싸움.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실제로 혼신의 노력을 했다.

시드니 올림픽까지는 이제 39일. 개인전 금메달은 물론 후배들을 이끌고 또다시 단체전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한편 남자 개인 결승에서는 오교문(인천제철)
이 이탈리아의 미켈레 프란질리에게 1점 차이(1백11 - 1백12)
로 져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다. 남녀 단체전은 7일 열린다.

정제원 기자 <newspoe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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