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권투] 美입양 한인 여자복서 내달 5일 세계 타이틀전

중앙일보

입력

5살때 미국으로 입양됐던 어린 소녀가 29년만에 모국 땅에서 챔피언 벨트를 따기 위해 사각의 링에 오른다.

국제여자권투협회(IBFA) 주니어 플라이급 1위에 올라 있는 한국계 미국인 킴 메서(34)는 다음달 5일 서울 코엑스 특설링에서 현재 공석인 세계챔피언을 놓고 동급7위 일본의 다카노 유미(28)와 타이틀 매치를 벌인다.

남자 복싱과 달리 2분 10라운드로 진행되는 이번 타이틀전은 국내에선 생소한 경기지만 미국에서는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인 ESPN과 폭스 TV가 수시로 방영할만 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불덩어리(fireball)'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메서는 남자 복서 못지않은 불같은 투지와 저돌적인 공격으로 상당한 각광을 받고 있다.

자신의 정확한 출생년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메서는 3-4살때 서울역 앞에서 부모를 잃어버린 후 고아원 생활을 하다가 71년 태평양을 건너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다.

89년 태권도를 가르쳤던 스승 마크 메서(35)와 결혼한 뒤 킥복싱에 입문했고 94년 7월 세계킥복싱협회(WKA) 챔피언에 올라 세계정상을 차지했다.

95년 6월에는 킥복서에서 프로복서로 전향했고 데뷔전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매경기 화끈한 공격으로 큰 인기를 누리며 8승(3KO)1무1패를 기록중이다.

이번 타이틀전은 킴 메서의 근황을 들은 프로모터 신운철씨의 주선으로 열리게됐다.

8월1일 입국할 예정인 킴 메서는 한 차례 공개 스파링을 가진 뒤 링위에 올라 챔피언 벨트를 놓고 9승(1KO)1패를 기록중인 다카노 유미와 맞서게 됐다.

한편 메서는 타이틀전을 마치고 나면 한동안 국내에 머물며 친부모를 찾을 예정이다.

여성으로선 고달프기 그지 없는 사각의 링에서 인생을 불사르고 있는 킴 메서가 30여년전에 헤어졌던 친부모를 만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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