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강소기업 ‘비밀병기’키우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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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심영택
서울대 법대 교수

최근 각종 세미나와 모임에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화두가 있다. 바로 ‘지식재산권’이다. 과거와 달리 특허와 실용신안, 디자인 등 지식재산 창출과 그 권리의 확보에 대한 질문들이 부쩍 많아졌다. 아마도 삼성과 애플이 세계 각지에서 펼치고 있는 특허분쟁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국가 경제의 미드필더 역할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 CEO를 중심으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대비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의지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중소기업이 전체 사업체의 99%,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날로 격화하고 있는 경제전쟁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하다고는 하나 중소기업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계 각국이 글로벌 강소(强小)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21세기 지식경제사회에서 중소기업의 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요소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규모의 경제와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비밀병기는 특허와 디자인, 상표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나름대로 자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특히 지역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 확보 기반은 너무도 취약하다. 국내 지역 중소기업이 각종 지식재산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제도적 지원 시스템이 절실한 이유다.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에 있는 지역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못지않게 지방자치단체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탄탄한 기술력과 지식재산권으로 무장한 글로벌 강소기업 하나가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는 든든한 활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도 더 이상 자금과 인력 탓으로만 돌리고 수수방관하지 말자. 될성부른 지식재산권 하나가 바로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특허경영’에 눈을 떠야 한다. 신기술·신제품 개발에 앞서 선행기술 조사와 국내외 특허출원 방안 등 지식재산권 전반에 걸쳐 정부와 지자체 등의 컨설팅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사후약방문’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올해는 지식재산기본법이 시행되어 지식재산정책을 범국가적으로 추진하는 원년이다. 국가 차원에서 지식재산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만들어지고 지역별·권역별 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지식재산 진흥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특허청이 경기도·제주·광주·대구·충북 등 5개 광역 지자체와 손잡고 지난 9월부터 3개월 동안 ‘지역 지식재산 포럼’을 개최하고 있는데 그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지역 중소기업의 지식재산 역량을 강화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말고 내실 있게 지속되어야 한다. 

 무형의 지식재산은 앞으로 국가경쟁력은 물론 지역경제 발전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역의 유망한 중소기업들이 전문적이고도 체계적인 지식재산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무대를 주름잡는 ‘스몰 자이언츠’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지식재산 강국 코리아’는 지역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 역량을 강화하지 않고는 요원하다.

심영택 서울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