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 320만 달러 ‘볼티모어 잠수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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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현

최근 개봉한 영화 ‘머니볼’에는 미국프로야구 오클랜드의 투수 채드 브래드포드(37·현 탬파베이)가 등장한다. 브래드포드는 언더핸드 투수다. 당시 메이저리그에는 ‘언더핸드 투수는 공이 느리고 등과 무릎을 다치기 쉬워 빅리그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제구력과 땅볼 유도 능력이 뛰어난 브래드포드를 기용했다. 브래드포드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불펜투수가 됐다.

브래드포드의 성공 배경에 정대현(31·전 SK)이 있다. 정대현은 경희대에 다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예선에서 미국을 상대로 7이닝 6피안타·무실점을 기록했다.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미국 타선을 6과3분의1이닝 동안 3피안타·2실점으로 막았다. 김병현(32·전 라쿠텐)이 애리조나 시절 마무리로 활약하면서 언더핸드 투수에 대한 편견은 거의 사라졌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언더핸드 투수는 브래드포드를 비롯해 DJ 카라스코(34·뉴욕 메츠), 브라이언 푸엔테스(36·오클랜드) 등 20여 명에 이른다.

 메이저리그 팀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정대현을 영입하기로 했다. 간단한 신체검사를 거쳐 늦어도 25일(한국시간)에는 계약서에 사인할 전망이다. 계약조건은 2년 최대 320만 달러(약 36억6000만원). ‘40인 로스터’ 합류가 보장된 ‘메이저리그 계약’이다. 한국 선수의 메이저리그 계약은 1999년 애리조나와 계약한 김병현 이후 처음이다.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5위)에 그친 볼티모어는 불펜을 보강하고 있다. 지난 3일 텍사스에서 언더핸드 투수 대런 오데이(29)를 영입했다. 그리고 오데이(연봉 125만 달러)보다 높은 액수를 제시해 정대현(연 160만 달러)을 잡았다. 댄 듀켓 볼티모어 부사장은 2000년대 보스턴 단장으로 재직하면서 스카우트를 통해 정대현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애리조나에서 김병현을 빅리거로 만든 감독이다. 볼티모어는 정대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덕분에 정대현은 처음으로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선수가 됐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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