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자여건 악화로 전환사채 발행 기업 급증

중앙일보

입력

올 들어 과도한 주식물량 공급으로 수급균형이 깨지면서 유무상 증자여건이 악화하자 최근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5일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거래소 상장사는 올 들어 43개 기업이 CB를 발행했으며 코스닥기업은 55개사가 CB를 발행, 코스닥기업의 CB발행이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나친 증자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코스닥기업들이 이제는 증자 대신 CB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인데 1년 후 전환청구 시점이 돌아와 주식으로 전환되면 다시 물량부담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들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의 주가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과도한 증자로 시장침체를 불러온 기업들이 CB를 발행할 경우 현재 시가에도 크게 못미치는 가격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주식전환 시점에서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경우 올 들어 꾸준히 CB를 발행해 내년 이후 주식으로 전환될 때 시장에 상당한 물량 압박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은 특히 국내에서는 좀처럼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 오고 있는데 주가하락에 따라 덤핑에 가까운 가격으로 CB를 발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유니텍전자가 1천만달러 규모의 CB를 해외에서 조달하기로 결의했으며, 한일사료공업도 4백만달러 규모의 해외 CB 발행을 결의했다.

올 상반기 전체로도 55개 코스닥기업이 8천2백53억원어치의 CB를 발행했는데 이중 72%에 해당하는 5천8백84억원은 해외 CB를 통해 조달된 자금이다.

상장기업들은 43개사가 CB를 발행했지만 액수는 무려 1조7천1백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CB물량은 워낙 저가에 발행됐기 때문에 대부분 내년에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 증시가 폭발적인 상승탄력을 얻지 않는 한 장세 호전을 가로막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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