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수로 중단 … 57억 달러 물어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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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북한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수로 원전의 중단에 따른 피해 보상으로 KEDO에 57억 달러(6조8000억원 상당)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 “북한이 최근 ‘경수로 사업 중단으로 인해 북한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사업 중단에 따른 57억 달러를 물어내야 한다는 서한을 미국 뉴욕에 있는 KEDO 사무국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2006년부터 KEDO 사무국에서는 북한에 ‘합의를 어겨 경수로 원전 사업이 종료됐으니 우리 측에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서한을 여러 차례 보냈었다”며 “북한이 지금껏 묵묵부답이다가 근래에 답장 형식으로 막대한 돈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북한이 거론한 경수로 원전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100만㎾급 경수로 2기를 북한 신포에 제공하기로 한 사업(총 사업비 42억 달러)이다. 97년 8월 착공됐지만 2002년 북핵 문제가 불거지고 이듬해 1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함에 따라 KEDO 원전 공사는 중단됐고, 결국 2006년 6월 사업 종료와 청산 결정이 내려졌다. 우리 정부는 KEDO 측에 분담금 1조3744억원과 이자 9002억원이 물려 있는 상태다.

 정부에선 “북핵 개발 때문에 경수로 사업이 중단됐는데 북한이 돈을 달라는 건 적반하장이어서 고려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당국자는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 비핵화 회담에서 경수로 관련 언급은 없었다”며 “이번 서신이 비핵화 회담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정애·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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