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용의자 데구스만 어떤 인물인가

중앙일보

입력

전세계를 흔들어놓은 ‘러브 바이러스’의 용의자 오넬 데 구스만(23)은 어떤 사람일까. 하루 5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에 매달려온 그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도량이 넓은 젊은이라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12일 보도했다.

깡마른 체구에 대학 졸업에 실패한 그는 통이 넓은 힙합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러브 바이러스 유출여부를 묻기 위한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데 구스만은 그의 말대로 무의식적으로 저지른 일이기는 하지만 러브 바이러스를 전세계에 퍼뜨린 최대의 해커로 일컬어지게 될 전망이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그는 평범한 컴퓨터 프로그래머였으며 그가 작성한 프로그램은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됐으나 세계 각국에컴퓨터 바이러스로 만들어져 퍼져나갈 줄은 몰랐다고 실토했다.

그의 변호사인 롤란도 큄보는 누가 바이러스를 만들었든 해악을 끼칠 의도는 없었을 것이며 그저 젊은이들의 충만한 호기심이 발동한게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아직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으며 자신이 러브 바이러스를 만든 장본인이라고 시인하지도 않았다.

이번 사건의 동기가 우연한 것이든 인터넷을 마비시켜 수백만개의 패스워드를도용하려했든 러브 바이러스는 세계 각국을 연결하는 인터넷이 가장 단순한 프로그램에 의해서도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지난주에 발생한 이 바이러스는 전세계의 기업, 정부, 국방부 등의 컴퓨터를 무차별적으로 마비시켰으며 70억달러 이상의 재산상의 피해를 주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염성의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필리핀 경찰은 데 구스만 뿐만 아니라 그의 친구 2명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두고 소환을 검토중이다. 데 구스만이 다니는 필리핀 AMA컴퓨터 대학의 마누엘 아마드 부학장은 지난 2월 졸업예정이었던 데 구스만과 그의 절친한 친구 아이클 부엔이 제작한 프로그램이합쳐져 러브 바이러스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데 구스만과 부엔은 중소기업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팔거나 학생들의 논문을 대신 작성해주는 불법 컴퓨터 동호회 ‘GRAMMERSoft’의 회원으로 부엔은 러브 바이러스 출현 다음날인 5일 대학을 졸업했으나 데 구스만은 졸업하지 못했다. 데 구스만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패스워드를 훔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 제작을 졸업논문의 주제로 삼았으나 논문 심사위원회에 의해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AMA컴퓨터 대학의 럿셀 디오나 학장은 데 구스만이 “수줍음을 많이 타지만 상당히 반항적인 면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힙합 스타일의 청바지에 헝클어진 머리 차림이다. 그는 이 학교의 1만5천명 학생들의 대다수와 다를 것이 거의 없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무한한 동경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하루 4∼5시간을 컴퓨터에 매달려왔으며 인터넷이야 말로 모든 사람에게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적 수단으로 믿고 있다고 친구들에게 말해왔다. 그는 필리핀의 록그룹인 이레이저헤드의 노래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는 역사,영어, 경제학 등에서는 성적이 매우 부진했다.

그러나 컴퓨터 시스템의 핵심 부분에 접근할 수 있는 어셈블리 언어에 탁월하며 필리핀에 현지법인이 있으며 AMA 대학과 제휴를 맺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격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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