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카 키오구치, 리카 〈밤의 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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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티스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갖고 살까?

사실 호스티스란 건 여자들의 직업이지만, 여자들이 더 알기 힘든 직업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엔 룸 살롱 같은 데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 '밤의 꽃'의 주인공 아키나는 호스티스다. 단 일본의 경우 우리 나라와 조금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모르지만...아마도...)

일본 클럽의 경우 '룸' 문화가 아니라 넓은 공간에 의자와 탁자가 여러 개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자기가 찾는 호스티스를 부르는데, 이것을 "지명"이라고 하고 지명 받은 호스티스는 다른 손님의 자리에 있더라도 우선 손님이 부른 자리로 이동한다. 그리고 대신 헬퍼라고 하는 다른 여자(초보 호스티스나, 좀 잘 인기 없는 여자인 경우가 많다) 가 자리에 앉아 손님의 시중을 든다. 보통 인기 있는 호스티스의 경우 하룻밤에 10명 정도의 지명을 받기도 한다.

술은 갈 때마다 새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이름이 적힌 술병을 보관하고 마신다. 동반의 경우 늦게 출근해도 되고(손님과 같이 출근), 2차의 경우는 말 그대로 2차. 노래방이나 다른 술집으로 옮겨 술을 마신다. 지명을 많이 받은 사람이나, 동반을 많이 한 사람의 경우엔 매달 포상제도도 있는 것 같다.

일본의 술집이라도 다 이런 건 아니겠지만 긴자에 있는 클럽은 대강 이런 분위기 일거 같다. 우리와 다르게 호스트 클럽도 대중화 된 것 같고...

얘기가 딴 쪽으로 샜는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 아키나는 1989년 거품경제의 절정기 일본의 한 클럽 파라다이스에서 약관 20살의 나이로 넘버1 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클럽에서 가장 잘∼나가는 아가씨)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5년 연속 넘버1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아키나는 이제 지명도 들어오지 않는 한물간 아가씨... 하지만 전성기 때와 변함없는 자존심과 콧대로 주위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어느 날 속상한 마음에 일찌감치 클럽을 나와 자주 가던 술집에서 술이 취해있던 아키나는 그곳에서 가끔 보던 남자에게 신세타령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그 클럽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그 클럽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라면 눈물을 흘린다. 그 남자는 그런 아키나의 모습을 보다가 어딘가에 있는 조그만 클럽으로 아키나를 이끈다.

그 클럽에서 만난 마마는(술집의 주인, 일본 클럽의 경우 술집을 갖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자기가 돈을 모아 독립하거나, 전 마담에게 물려받거나, 돈 많은 손님이 차려 주거나) 수수하지만, 호스티스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며 가게를 지켜나가는 타입의 마마였다. 누구보다 화려한 호스티스였던 그녀가 마마가 된 후 한발 물러서 다른 호스티스들의 서포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 남자는 그 마마를 보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에게는 어떤 시기를 반드시 넘지 않고서는 안 되는 허들..같은 게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아키나는 그 말을 들은 후 많은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결국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힘은 자신을 의지하고, 같은 편이 되어줄 같은 호스티스란 걸 깨닫게 된다. 한 단계를 뛰어넘은 그녀는 이제 클럽의 또 다른 꽃으로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는다.
그 동안의 경험과 노련미를 바탕으로 지금과는 다른 타입의 호스티스로 태어난다.(물론 이것이 결론은 아니다..이야기의 시작이다.)

이 이야기에서 아키나는 참 많은 일을 겪는다. 결혼하자는 부잣집 아들도 만나고, 현역 넘버1의 도전도 받고(그녀가 이긴다...젊음도 좋지만 연륜은 무시 못한다), 결혼 사기꾼의 표적이 되기도 하고...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경험을 통해 점점 더 성숙해 나간다.

꽃의 생명은 짧지만그래도 피지 않으면 썩는다. 어쩌면 28이라는 밤의 꽃으로는 너무나 나이가 많을 수도 있는 그녀지만 그녀의 모습은 자신감이 넘쳐있고 그래서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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