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작황부진 보리수확 포기 농가 속출

중앙일보

입력

전북 군산시 대야면 죽산마을 이상수(李相守.47)씨는 보리를 심은 논 두 필지(필지당 1천2백평)을 지난 24일 갈아엎어 버렸다. 나머지도 곧 트랙터로 밀어버릴 작정이다.

40㎏들이 1백20가마를 거둬 3백40여만원을 올리려던 소득은 커녕 품삯과 종자.비료.농약값 80여만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죽산마을은 보리 논 40여필지 가운데 26일까지 갈아엎은 것만도 10여필지에 이른다. 대야면사무소 농산담당자는 "면의 보리 논 3백81㏊ 중 70~80%는 작황이 형편없다" 며 "농민들이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갈아엎을 것" 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 초부터 수확할 보리가 극심한 가뭄으로 작황이 나쁘자 농민들이 아예 갈아엎어버리고 있다. 차라리 벼의 모내기라도 때맞춰 하기 위해 보리 농사를 중도에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재배면적 4만8천ha의 전남도내 논보리 대부분의 키가 20~30㎝에 불과, 평년(47㎝)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포기가 차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삭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경남도농업기술원이 최근 도내 보리작황을 조사한 결과도 평균 키가 42.5㎝로 예년의 54.1㎝보다 11.6㎝모자랐고 1㎡당 가지수도 5백79개로 예년의 6백28개보다 49개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는 올해 1만4천ha에서 3만8천t의 논보리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30%쯤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지역도 비슷한 실정이다.

지난해 가을 잦은 비로 벼 수확이 지연되면서 파종을 늦게 한 데다 겨울.봄 가뭄이 심해 수분이 모자라 보리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남지역은 올들어 최근까지 강수량이 91㎜로 지난해 2백5㎜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경남은 예년의 5분의1에 불과한 20㎜.

전남도 관계자는 "보리 작황이 워낙 나쁜 데다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 탓에 지금 수확량을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아무튼 크게 줄고 질도 매우 떨어질 것 같다" 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