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시카고 정보통신기술 박람회

중앙일보

입력

17~20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봄철 컴덱스(정보통신기술 박람회)에서 한국은 참가규모.출품내용면에서 미국에 못지않은 첨단 인터넷 기술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햇동안 전 세계 18개국에서 58차례 열리는 컴덱스 가운데 시카고 쇼는 가을철 라스베이거스 쇼와 함께 손꼽히는 큰 행사. 이번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컴덱스를 찾아 기조연설을 하는 등 행사의 무게를 더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리눅스의 대결, 다양한 무선 인터넷 기술이 관심을 끈 시카고 컴덱스에서 한국의 정보통신 업체들은 약진했다.

한국은 우선 참가규모 면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했다.

3백35개 참가업체 중 한국 업체는 34개로 전체의 10%를 차지했다.

주최국인 미국(2백78개)다음으로 많았다. 인접국인 캐나다는 10개 업체가 참가했고 유럽은 통틀어 6개사였으며 일본.대만은 각각 1개에 불과했다.

한국 업체는 30개 부스를 빌려 천장에 태극 무늬를 바탕으로 한 '코리아' 라는 현수막을 세개나 내걸고 한국관을 따로 만들었다.

참가업체가 모여 별도의 국가관을 만든 곳은 한국뿐이다.

참가업체를 모집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국내 벤처기업의 뜨거운 참여 열기에 놀랐다.

KOTRA 이종태 시카고 무역관장은 "모집 공고를 냈더니 너무 많은 업체가 몰려들어 선별하느라 애를 먹었을 정도" 라고 전했다.

한국인의 관람 열기 역시 뜨거웠다. 시카고 컴덱스를 참관하기 위해 이곳에 온 한국인이 1천명이 넘을 것으로 현지 여행사가 추산했다.

내용면에서도 한국 참가업체들은 짭짤한 소득을 얻었다.

다우시스템의 김정기 사장은 "포토샵(디지털 사진 편집 프로그램)제품이 큰 관심을 모았고, 뉴욕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투자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다" 고 말했다.

1천명 가까운 관람객이 찾아온 ㈜아리수인터넷의 경우 화상 채팅기술에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나타냈다.

귀국 후 e-메일로 계속 상담하자는 제의가 4건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김인회 경영기획팀장은 "박람회를 둘러본 결과 특히 동화상 등 멀티미디어 분야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고 말했다.

임직원의 평균 연령이 27세인 이 회사는 전체 80여명 중 13명이 이번 행사에 참가할 정도로 해외기술 동향을 탐색하는 데 열심이었다.

3B테크놀로지는 액정표시장치(LCD)TV의 수출상담액이 6백만달러라고 밝혔다.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TV업체인 ㈜삼테크도 미국 업체로부터 6백만달러 규모의 구매제의를 받았다.

한국 벤처기업들은 이번 행사에서 MP3 플레이어를 비롯, 광마우스.실시간 3차원 입체영상 변환장치.동영상 압축 소프트웨어.쇼핑몰 구축기법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지역내 4개 벤처업체를 모아 전시회에 참여한 경기도 안양시청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관의 관리를 맡은 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박익기 차장은 "시카고 컴덱스 준비기간 중 10여군데 주한 외국 대사관 상무관의 방문을 받았다" 면서 "국내 소프트웨어 현황과 해외 시장개척단 파견계획 등에 대한 문의가 많아 한국이 소프트웨어 분야 강국임을 실감했다" 고 말했다.

시카고 컴덱스 주최본부측의 실비오 만디노씨는 "한국이 정보기술(IT)분야에서 이토록 빨리 발전하고 있는 줄 몰랐다" 면서 "한국 업체가 많이 와준 덕분에 이번 행사가 더욱 빛났다" 고 말했다.

컴덱스 주최측은 고마움의 표시로 당초 행사장 귀퉁이로 잡은 한국관의 위치를 마이크로소프트관 바로 옆 목좋은 자리로 옮기도록 배려했다.

한국 참가업체의 해외홍보를 맡은 인터내셔널PR의 맹청신 대표는 "지난해만 해도 언어소통 문제과 미흡한 제품수준 때문에 국내 벤처기업들이 해외 전시회 참가를 꺼리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당당히 해외로 뛰쳐나가려 든다" 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대규모의 올 가을 라스베이거스 컴덱스에는 더 많은 한국업체가 참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카고〓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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