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쇼크 이건희 회장 긴급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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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가격이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진 가운데 이건희(69·사진)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사업 점검에 나섰다. 이 회장은 11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삼성 그룹 반도체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삼성전자 권오현 디바이스솔루션(DS) 총괄 사장, 전동수 메모리사업부 사장, 우남성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등이 나왔다. 최지성 부회장은 중국 출장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국제 시장에서 대표적인 D램인 DDR3 1기가비트(Gb) 제품(속도 1066㎒)의 값은 사상 최저인 개당 0.61달러(약 660원)까지 떨어졌다. 제조 원가의 절반 수준이다. 만들어 팔면 팔수록 손실이 쌓이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회의는 약 한 달 전에 예정된 것으로 반도체 가격 급락에 따른 긴급 회의는 아니었다”면서도 “최근 D램 가격이 폭락해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동향과 대책을 이 회장에게 종합적으로 보고하면서 이 내용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별다른 질책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D램 가격 하락이 삼성전자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경기 침체 같은 외부 여건에 의한 것이고, 이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며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39.8%에서 2분기에는 41.1%로 올라갔다. 회의에서 이 회장은 비메모리 사업 비중을 이른 시일 안에 늘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분야의 실적이 D램 가격에 따라 울고 웃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우수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D램의 뒤를 이을 차세대 메모리 개발 속도를 높여 메모리 분야에서도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소프트웨어 기술개발을 담당할 인력 양성을 위해 이들을 따로 묶어 관리하는 ‘S직군’을 만드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이 지난달 29일 수원 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를 둘러본 자리에서 밝힌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확충 강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은 이날 “소프트웨어·디자인·서비스 같은 소프트 기술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열과 성을 다해 관련 인력을 뽑고 육성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직원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확정할 S직군은 앞으로 소프트웨어 인력을 우대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S직군 신설을 적극 검토하는 배경에는 최근 첨예하게 진행 중인 미국 애플과의 경쟁이 있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문이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iOS를 비롯해 아이튠스 등 소프트웨어다.

 삼성전자는 현재 모든 직원들을 맡은 업무에 따라 마케팅의 M직군, 일반 사무직의 G직군, 개발의 E직군, 기술의 T직군, 디자인의 D직군 등 10여 개의 직군으로 세분화했다. 예를 들어 디자인실에 근무하는 디자이너는 D직군, 디자인실에서 총무 업무를 맡은 직원은 G직군으로 각각 분류된다.

권혁주·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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