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클릭! 인터넷 만화세상

중앙일보

입력

서울 삼성동 인터넷 만화 포털사이트 'N4(www.N4.co.kr)' 의 사무실. 책상 위의 컴퓨터 모니터에 각종 만화들이 올라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기존 출판만화 양식과 상당히 다르다는 점. 예를 들면 두 개의 화장실 문이 모니터에 등장한다.

마우스로 왼쪽 문을 클릭하면 화장실 내부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다시 클릭으로 변기의 스위치를 누른다. 물이 내려가고 산신령처럼 비너스가 올라온다. 여기에 배경 음악과 말풍선의 움직임까지 가세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 오른쪽 문을 열면 전혀 다른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흔히 인터넷 만화는 출판 만화를 그대로 웹상에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만화의 실체와 가능성은 다른 곳에 있다. 과연 인터넷 만화란 무엇일까.

◇ 인터넷 전용 만화의 등장〓인터넷 만화의 주력부대는 출판 만화가 아니다. 처음부터 웹만을 타깃으로 한 인터넷 전용 만화가 따로 존재한다. 기존 출판 만화를 스캐닝해 그대로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 화상도가 많이 떨어진다.

때문에 인터넷 만화는 펜 마우스를 이용한 컴퓨터 제작 방식이 필수적이다. 'N4' 의 강인선 이사는 "현재 계약을 맺은 1백명 이상의 작가들이 인터넷만을 대상으로 한 새 작품을 준비 중이며 4일부터 주.월간 연재 방식으로 선보일 것" 이라고 밝혔다.

◇ 컬러 만화 시대〓인터넷 만화는 컬러로 제작된다. 명암이나 깊이감도 이젠 점선 톤이 아니라 색채로 표현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작업 중인 만화 작가들이 가장 낯설어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색채 감각이 필수 요소가 된 것이다. 게다가 대사량도 대폭 줄여야 한다.

만화 평론가인 박인하씨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이 인터넷 사용자들의 특성이다. 따라서 인터넷 만화는 대사량을 대폭 줄이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도 상당히 빨라져야 한다" 고 강조한다.작품의 길이는 짧아지는 대신 시각적 이미지는 더 강해진다.

◇ 연출 방식의 개척〓연출 방식이 달라진다. 페이지 안에서 세로 방향으로 이동하던 칸 배치가 가로로 바뀐다. 사이트마다 차이는 있지만 모니터와 같은 비율의 페이지가 하나씩 올라오기 때문이다.

또 동영상과 음악의 활용 등 한마디로 새로운 공식에 따른 실험정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인터넷 만화로 이동하는 작가들의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는 사실도 이를 반증한다.

◇ 출판 만화의 극복과 보완〓출판 만화의 한계는 시장의 협소함이다. 10대 위주의 소년 만화와 순정 만화가 주를 이룬다. 때문에 다양한 소재의 작품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인터넷 만화는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인터넷 만화 사이트(www.D3C.com)를 운영하고 있는 학산문화사의 박성식 팀장은 "네티즌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이전에 볼 수 없던 소재를 다룬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할 것" 이라며 "이는 또 단행본 시장의 구매력으로 이어져 대본소 중심의 출판시장 한계를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것" 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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