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투자 이렇게] 휴양시설 운영 연 5,000만원 수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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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년 전에 장만해 둔 산골짜기 땅이 휴양시설을 운영하면서 자연을 벗삼아 사는 우리 노부부의 삶의 터가 됐습니다."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황둔2리 치악산 자락 계곡을 따라 1㎞ 남짓 올라간 해발 6백m의 막다른 고지대.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화전민이 밭을 일궈 먹던 한적한 그 곳에 1997년 여름 붉은색 지붕의 통나무집 한 채가 들어섰다.

그 건물은 서울의 대기업 임원 자리를 그만두고 내려온 김형태(64)씨가 지은 단체.가족휴양시설 '매봉산장' .

김씨가 이 곳에 터를 잡게 된 것은 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무원(3급)생활을 하다가 대기업으로 직장을 옮긴 김씨는 '잘 나가는' 회사원이었지만 몸과 마음이 지치면서 '언젠가는 산에 가서 살고 싶다' 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는 미리 '터' 를 잡아두자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땅을 찾아 나선 지 2년여만에 지금의 자리를 찾아냈다.

화전민이 살던 허름한 집과 밭 6천평을 평당 1천원에 샀다. 그 이후 몇 년 동안 땅을 더 사들여 지금은 산 1만평을 포함해 일대 2만여평이 그의 땅이다.

김씨는 땅을 산 뒤에도 한동안 직장 생활을 계속했고 아내 진시자(60)씨만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그러다가 지난 97년 퇴직을 하면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아주 내려오게 됐다. 이때부터 김씨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제대로 된 '휴식산업' 을 해보자는 각오로 매봉산장 운영에 나선 것이다.

계곡 옆에 터를 닦은 뒤 김씨가 직접 설계를 하고 사람을 사서 산장 건물을 손수 지었다.

30평짜리 본채와 10여평짜리 방갈로 4동을 짓는 데 건축비만 1억3천만원 정도가 들었고 토목공사비까지 합치면 3억원 가까이 들어갔다.

산장 운영을 하면서 김씨는 '고객이 편안하고 기분좋게 쉬고 가야 한다' 는 원칙을 정했다.

철저한 예약제로 산장 분위기가 산만하지 않도록 했고 휴가철 성수기라고 해서 숙박비를 더 받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5백여평의 밭에서 자라는 상추.쑥갓.고추 등을 공짜로 얼마든지 직접 따먹을 수 있게 하는가 하면 주변 관광지 안내를 직접 해줘 이용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김씨의 매봉산장에 들른 이용객은 모두 3천여명. 산장 운영 수익으로만 한 해 5천여만원을 손에 쥐었다.

4천여평의 두릅 농사와 30여종의 조경수 재배를 통해서도 수입이 적지 않다.

김씨는 "땅값이 평당 20만원꼴로 올라 굳이 따진다면 '큰 돈' 을 번 셈이지만 그보다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앓던 지병이 다 나은 데다 보람된 노후를 보내고 있어 이곳 생활이 만족스럽다" 고 말했다.

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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