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도처서 일반인 대상 납치 더욱 흉포화

중앙일보

입력

전세계에 널려있는 납치범들이 더이상 이념이나 정치적 열정에 따라 납치극을 벌이지 않으며 그 대신 손쉽고 신속하게 현금을 손에 거머쥐려는 금전적 굶주림에 의해 움직인다는 새로운 경고가 나왔다.

파리 소재 국제범죄과학센터(CISCP)
에서 지난 주말 열린 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납치범들이 과거에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희생의 대상으로 삼았으나 요즘은 일반인들로 대상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훨씬 폭력적이 됐다고 말했다.

이들 전문가는 또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를 방문하는 외국 기업인, 외교관 및 관광객들이 몸값을 뜯어내려는 무법자들에 의해 납치될 위험이 가장 높다고 경고했다.

외국에 직원들을 파견해두고 있는 업체 대표들과 국제 범죄전문가들의 이 합동회의에서, 보안전문가 스테판 다나는 "과거에는 납치가 정치적 동기를 가진 테러리스트들이나 행동대원들의 소행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납치범들은 오로지 돈만을 노리는 조직범죄자들"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2만건 이상의 납치사건이 발생한다고 CISCP는 밝히고 있다.

지난 1998년 통계수치에 따르면, 납치된 사람이 몸값을 치르고 풀려날 가능성은 58%이며 보안요원들에 의해 풀려날 가능성은 20%, 처형될 가능성은 14%, 탈출할 가능성은 3%, 그리고 몸값이 지불되지 않아도 석방될 가능성은 4%로 나타났다.

"마약밀매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무법자들은 먼저 어느 정도의 밑천을 장만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은 몇차례의 납치극을 저질러 밑천을 마련한뒤 마약밀매에 뛰어든다"고 다나는 말했다. 그녀는 그 일례로 콜롬비아 한 나라에서만도 지난 수년간 납치범들이 수억달러의 몸값을 뜯어냈다고 설명했다.

세계화와 기업들의 해외진출확대가 납치극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다나는 지적하면서 "정장차림의 비즈니스맨들이 서류가방을 들고 외진 빈민촌들을 누비고있는 상황하에서, 납치는 이제 일상적 위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납치는 점점 더 전문화되고 훨씬 위험스러워지고 있다. 납치범들은 희생자의 가족이나 소속 기업으로 부터 돈을 우려내기위해 폭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다나는 멕시코에서 약 100명을 납치한 것으로 알려진 "귀 절단자"란 별명의 악명높은 무법자의 예를 들면서 설명했다.

다나에 따르면, 세계에서 납치될 위험이 가장 큰 나라는 콜롬비아(지난 1998년3천명)
이며, 그 다음이 브라질 (1천100)
, 필리핀(425)
, 러시아(237)
, 미국(39)
, 이탈리아(36)
, 베네수엘라(24)
, 예멘(14)
, 그리고 중국(9)
의 순(順)
이다.

희생자들의 대다수가 본국인들이지만 외국의 기업인들과 관광객, 외교관, 또는 선교사들도 납치되고 있다.

공식 통계수치는 실제보다 훨씬 적게 잡은 추계치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납치 사건의 적어도 60%는 보고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납치가 일어난 나라들은 그같은 사건의 발생건수를 사실대로 밝힐 경우 자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와 관광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납치범들도 그들의 목표를 가장 부유한 계층으로 부터 일반인들로 바꿨는데, 그까닭은 부유층이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을 이미 터득한 반면 일반인들은 비록 부유층만큼 큰 돈을 뜯어낼 수 있는 상대는 아니지만 훨씬 손쉬운 목표물이기 때문이라는것.

(파리 AFP=연합뉴스)
hcs@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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