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직구 불안

중앙일보

입력

‘코리아특급’의 엔진에 이상이 생긴 것일까.

박찬호의 빠른 공이 예전같지 않아 일말의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 빠르기도 빠르기지만 공끝이 밋밋해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으며 얌전하게만 날아와 오히려 타자들의 주공략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이상기류는 19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전에서 두드러졌다. 이날 박찬호가 허용한 안타는 모두 7개. 그가운데 5안타가 자신의 주무기인 빠른 공을 통타당했다.

안타가 되진 않았어도 블라디미르 게레로, 마이클 배럿등은 박의 빠른공을 공략해 잘맞은 타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타자들은 박의 빠른공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예전엔 박찬호를 상대로 타자들이 만들어내는 파울볼은 대부분 구위에 밀려 왼손타자의 경우 3루쪽으로 파울이 많이 나왔고 오른손타자의 경우엔 1루쪽으로 파울볼이 많이 나왔다. 공빠르기가 타자들의 스윙스피드를 압도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스피드에 밀려 나온 파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이날 박은 74개의 공을 던져 6개의 헛스윙을 유도했는데 빠른 공은 3회 올랜도 카브레라를 상대로 빼앗은 단 한번 뿐이었다.

빠른 공으로 밀어부쳐 한두개의 파울볼을 유도해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간후 가슴높이의 높은 직구나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는투구스타일은 흔히 ‘특급’이라고 불리우는 빠른 공 투수들만의 특권이다.

19일 경기를 포함해 최근 시범경기에서 박이 보여준 투구스타일은 이런 ‘특급류’와는 거리가 있었다.

체인지 업이 아무리 위력적이라해도 박과 같은 빠른공 투수들에게 보조무기일뿐이다.

아직 제스피드를 내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다저스 에이스 케빈 브라운은 이미 18일 경기에서 5이닝을 2안타 무실점에 탈삼진 5개를 기록하며 정규시즌때의 구위를 보였다.

지난해에도 박은 시즌 막판에야 빠른 공의 위력이 살아났었다. 이제 박의 올시즌 성패는 체인지 업이 아닌, 빠른 공의 구위회복에 달려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