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평가원 ‘수험생 학부모 수능 출제’ 이어 또 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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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전 평가원장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험생 자녀를 둔 교사의 가족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최근 4년간 11명을 수능 출제·검토위원으로 참여시킨 데 이어 직원들은 출제위원 격려금 수천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교육과학기술부의 EBS-수능 70% 연계 정책으로 교재 판매량이 급증한 EBS는 책값을 비싸게 매겨 이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두 곳 모두 수능과 교육과정 개정 등 정부 교육정책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관이어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감사원은 19일 교육과정평가원 국장 C씨 등 직원 5명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교과부 장관이나 평가원장이 수능 출제위원 등을 위해 지급한 격려금 8000만원을 간담회용 물품을 구매한 것처럼 꾸며 횡령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5년간 계속된 횡령에는 수능 출제관리부장 2명이 연루됐다. 감사원은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평가원 측에 해임·파면하도록 통보했다.

 2008년부터 올해 2월까지 평가원을 지휘했던 김성열 전 원장도 편법으로 수당 478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원장은 연봉(1억300여만원) 외에 수당을 받을 수 없는데도 이사회 승인 없이 규정을 고쳐 수당을 받았다. 모의수능이나 교사 임용시험 출제위원들에게 주는 ‘격리 및 위험수당’을 받는 방법을 썼다.

 지난해 수능에서 수험생의 불만을 샀던 ‘불량 샤프펜슬’은 평가원 실장급 Y씨가 규정을 어기고 중국산 제품을 구매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Y씨는 계약을 맺은 시험지 인쇄업체에 “가족 납골묘를 조성하려는데 돈이 부족하다”며 1300만원을 건네받아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은 Y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국가 주관 시험 출제 과정도 허술했다. 최근 4년간 수험생 자녀를 둔 고교 교사 11명이 허위 서약서를 제출하고 수능 출제·검토위원으로 활동한 것 외에 지난해 고입 선발고사 출제·검토·평가위원에도 시험을 치르는 자녀를 둔 교사 4명과 연구사 한 명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원은 고입 선발고사에서도 “시험을 보는 자녀가 없다”는 확인서만 받고 위원을 선정하는 허술함을 보였다.

 교과부가 수능과 연계를 강조한 EBS는 수능 교재 값을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재원 부족분을 원가에 과다 반영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수능 교재 가격을 5%가량 높게 책정하고, 올해 교재도 74억원가량 비싸게 정가를 매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EBS 전산장비 담당 직원 K씨는 20여 차례 해외 골프 접대를 받고 업체에 계약정보를 알려주다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다. K씨가 27차례에 걸쳐 전산장비 공급업체 관계자들에게 중국·필리핀 등 해외 골프여행 접대를 받고 계약정보를 누설하는 등 업체에 편의를 제공한 혐의다.

이철재·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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