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 설정비, 내달부터 은행이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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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희기자]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들어가는 근저당 설정비용을 다음 달부터 차입자가 아닌 은행이 부담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근저당 설정비를 은행이 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은행 공동 여신거래 표준약관 개정안을 7월부터 적용하는 한편 이달말까지 관련 전산시스템 개편을 완료키로 했다.

설정비를 은행이 낼 때 대출금리를 0.2%포인트 정도 올리는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도 중단된다.

또 대출시 인지세는 은행과 고객이 반반씩, 근저당권 말소 비용은 고객 또는 근저당 설정자가 부담한다.

그러나 이들 조치는 은행 개별적으로 추진돼 은행별로 시행 시기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서울 고법, 근저당 설정비 은행 부담 타당 판결

은행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나선 것은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도록 명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2008년 은행 여신관련 표준약관이 정당하다고 서울고법이 최근 판결했고 소비자들의 항의도 잇따랐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3억원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으면 근저당권 설정비를 기존에는 고객이 225만2000원을 부담했으나 개정 표준약관이 적용되면 36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인지세의 경우 기존에는 고객이 15만원을 부담했으나 개정 표준약관을 적용하면 7만5000원만 내면 된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와는 별도로 법적 대응은 계속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서울고법의 판결에 불복해 지난 4월26일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일반적으로 담보 제공 비용을 빌린 측이 부담한다"면서 "파기환송심이라 판결이 뒤집히는 게 힘들다는 걸 알고 있지만 재상고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만약 은행들이 최종적으로 승소하면 과거처럼 설정비는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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