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는 고백한다' 여주인공 맡은 이혜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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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연극 전용극장인 유시어터에서는 지금 흥미로운 작품이 공연되고 있다.

중견 극작가 김광림이 직접 연출한 '나는 고백한다' 가 그것. 한 쌍의 남녀가 태어나서 죽기까지 저지르는 온갖 잘못을 샅샅이 털어놓는다.

독백.대화.극중극 등을 섞어가며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아니 감추고 싶어하는 '치부' 를 벗겨 낸다. 먹고, 싸고, 섹스하고, 결혼하고, 공부하는 등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자질구레한 일상이 도마에 오른다.

여자역을 맡은 이혜은(27) 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2인극이라 긴장도가 높지만 남자역인 황택하와 호흡이 잘 맞는다. 영화 '코르셋' , 연극 '유랑의 노래' 등 그간의 활동을 응축해 놓은 듯하다.

"특정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얘기입니다. 대본을 처음 받고 뭐 이런 연극이 다 있나 할 정도로 당황했지만 이제는 그 맛을 알게 됐어요. "

연극은 플롯과 스토리를 거의 무시한다. 짧게는 동사 하나, 길게는 문장 하나를 이어가며 인생의 온갖 과오를 정신없이 뱉어 놓는다. 배우들도 평균대를 오가며 삶의 위태로움을 상징한다.

사람이 태어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초반부와 성폭행당한 여자가 샤워를 하며 몸을 닦아내는 중반부에선 잠시나마 그의 '모든' 것이 드러날 정도로 과감한 연기가 요구된다.

"정말 몸을 많이 쓰는 작품입니다. 마임 전문가 남긍호씨로부터 한달 이상 훈련을 받았어요.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컸죠. 우선 체력을 단단하게 다졌습니다."

그는 관객들에게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집단정화라고나 할까요. 대놓고 말은 하지 못해도 '저것은 내 얘긴데' 하며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겁니다. 속을 털어놓으면 마음이 가벼워지잖아요. 가볍게 즐기면서 자신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잘못을 고백해 보세요. 뭔가 시원함을 느낄 것입니다. "

개인적으론 아직 연륜이 짧아 역시 노년 연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고백한다. 공연은 다음달 5일까지. 02-3444-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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