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銀 독자경영론 대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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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행이 2년째 경영주체를 결정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독자경영을 포함한 대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당국도 일단 위탁경영을 포기한 채 은행장을 국내외에서 공모하는 위탁경영자 선임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해 8월 홍콩상하이은행(HSBC)과의 매각협상이 불발되면서 차선책으로 해외 선진금융기관에 의한 위탁경영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모건 스탠리를 내세워 지난해 말까지로 잡았던 위탁경영진 선정 시한을 한달 가까이 넘긴 지금까지도 별다른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 '독자경영' 주장도 대두〓정상화가 지연되면서 대외 신인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고객 이탈이 가속화되자 서울은행 안팎에선 "차라리 독자 생존하게 해달라" 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위탁경영의 특성상 유력한 금융기관의 참여를 기대하기 힘들고 설사 참여하더라도 자기들만의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해줄 리 없다는 게 서울은행의 주장이다. 또한 현재와 같은 과도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위탁경영이나 외국인 은행장 영입이 성사된다 해도 어차피 과거의 영업력을 회복하는데는 많은 비용과 기간이 필요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자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는 것이다.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도 "정부가 명분에 집착해 안될 일에 시간을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면서 "하루빨리 서울은행 처리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고 말한다. 정부가 대주주로서 경영에 적극 간섭해서라도 은행을 먼저 정상화시킨 뒤 자산가치를 높여 다시 해외 매각을 추진해도 늦지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않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차라리 외국기관이 들어오면 은행 이름이라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자본력이나 영업망이 크게 약화된 서울은행이 독자생존하려고 하다가는 퇴출 또는 흡수.합병되지 않겠느냐" 고 지적했다.

◇ 정부는 은행장 공모〓금감위 남상덕(南相德)감독법규관은 24일 "3월까지 국내외 공모를 통해 최고경영자를 선정해 위탁경영을 맡도록 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최고경영자 선정 역시 모건스탠리가 맡게 되며, 최고경영자에게는 경영 전권은 물론 경영성과에 따른 충분한 보수도 주어질 전망이다.

南감독법규관은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대로 상반기중 서울은행 해외매각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안을 마련, 계속 추진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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