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외환보유고 900억∼1천억달러 쌓일듯

중앙일보

입력

내년말에는 외환보유고가 1천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적정 외환보유고 문제와 관련, 내년에도 외환보유고를 계속 쌓아 나가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에따라 내년에 정부가 경상수지 흑자규모 100억∼150억달러를 흡수하고 원화가치 상승압력에 대해 달러매입으로 대응하게 되면서 내년도 외환보유고는 900억달러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재경부는 그러나 내년에 외환보유고가 크게 늘어날게 확실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에 이를지는 외환시장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현재로서는 속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현재 외환보유고는 701억달러로 작년말의 485억달러에 비해 225억달러 증가했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지난 97년 12월18일에는 39억4천만달러까지 떨어졌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강봉균 재경부장관도 최근 국회답변을 통해 외환위기를 겪은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외환보유고는 상당폭 더 쌓아야 한다고 밝혔다"면서 "정부로서는 적정 외환보유고의 논란과 상관없이, 외환보유고를계속 쌓지 않을 경우 원화가치 상승압력이 발생하는 만큼 보유고를 계속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이 개방돼 단기자본의 유출입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다 경제규모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일정한 수준의 적정 보유고를 정해 이에 맞출수는 없다"면서 "다만 3개월간 지불할 수 있는 수입대금, 단기외채를 갚을 수 있는 자금, 외국인주식투자금의 일시 유출될 경우 교환해줄 수 있는 자금 등은 달러로 준비해 놔야 하며 특히 통일비용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3개월간 수입대금은 300억달러, 단기외채는 300억달러, 외국인주식투자금 600억달러 등만을 합해도 필요한 외환보유고는 1천200억달러에 이르게 된다.

재경부의 다른 관계자는 "외환보유고는 `경제 국방력'에 해당된다"면서 "전쟁이 곧바로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데도 막대한 예산을 국방에 투입하듯이 외환보유에 따른 비용은 어느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국의 외환보유고는 일본 2천700억달러, 중국 1천500억달러, 대만 1천억달러,홍콩과 싱가포르 각각 800억달러 등이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8∼9위 수준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외환보유고의 확충은 원화로 달러를 매입하면서 통화량 증가와 물가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를 막는데는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야 하는 등 금융비용이 따른다는 점에서 외환보유고 추가 적립에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있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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