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고유가 고통 … 헤지펀드는 수억 달러 ‘돈방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4면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에 투기 세력이 가세하며 국제 유가가 연일 오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옵션 거래를 하고 있는 트레이더들. [뉴욕·라스 라누프 로이터=뉴시스·연합뉴스]


최근 유가 급등으로 헤지펀드가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아랍·아프리카 정국 불안으로 가만 놔둬도 오를 원유값을 투기로 부추기고, 그래서 유가가 더 뛰면 차익을 거둬들이는 식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전 세계 상당수 헤지펀드가 상품값이 급등하면서 지난 몇 주간 수억 달러를 챙겼다고 보도했다. 발군의 성과를 거둔 곳은 원유에 투자한 헤지펀드다. 세계 최대의 원자재 전문 헤지펀드 클리브 캐피털이 운용하는 50억 달러의 펀드는 지난달에만 5%의 수익을 기록했다. 몇 개월 전부터 유가 상승을 예측해 장기 선물에 투자한 덕이다. 원유 거래의 거물 앤드루 홀이 지난해 22억 달러 규모로 만든 아스텐백 캐피털의 펀드도 지난달 4.2%의 수익을 냈다. 올 들어 두 달 새 거둔 수익률만 7.4%다.

 골드먼삭스의 석유 거래인 출신 길버트 사이스가 최근 출범시킨 벡터 코모디티 매니지먼트도 1월 3.7%의 수익을 낸 데 이어 지난달 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영국 런던 소재의 석유 투자 펀드인 블루골드의 지난달 수익률도 7.5%였다.

같은 날 리비아 라스 라누프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정부군의 공습에 대항해 대공포를 쏘고 있다. [뉴욕·라스 라누프 로이터=뉴시스·연합뉴스]

 헤지펀드가 몇 주 만에 수억 달러의 이익을 챙긴 것은 원유와 곡물·광물 등에 베팅한 덕분이다. FT에 따르면 농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탄 9개월 전부터 헤지펀드의 수익성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원유에 투자한 헤지펀드는 유가 상승과 함께 북해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WTI)의 가격 차이가 커진 덕도 봤다. 브렌트유와 WTI의 가격 격차는 최근 역대 최고치인 16달러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헤지펀드의 ‘대박’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랜덜 딜러드 라이언게이트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 성장과 상품 시장의 관련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전망이 양호한 만큼 헤지펀드의 수익률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헤지펀드의 원유 투자도 급속히 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비롯한 대형 투기세력은 지난달부터 이달 1일까지 일주일 새 유가 상승에 30만5408건을 베팅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투기 자본의 유입으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2008년 7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관측을 확인해주듯 유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7일 거래된 두바이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0.53달러(0.47%) 오른 111.18달러로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WTI 가격도 1.02달러(0.97%) 오른 배럴당 105.44달러에 장을 마쳤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