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주 햇살론, 환매 축소 … ‘대표 펀드’ 부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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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성장주 펀드는 2007년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를 넘어설 때의 주역이었다. 지금도 적립식 투자의 대표적인 투자대상이다. 그렇지만 수익률이나 펀드 규모에서 최근 2년 동안 성장주 펀드는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시련기를 겪었다.

 시련의 1차 원인은 ‘환매’였다. 적립식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고 지수 상승기를 맞아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성장주 펀드의 규모는 줄어들었다. 2005년부터 본격화된 간접투자의 큰 사이클이 지나고 ‘손 바뀜’이 일어난 것이다. 환매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운용사는 현금 비중을 높이느라 코스피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했다. 온전한 포트폴리오 운용이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지수 상승은 인덱스 펀드 대비 저조한 성과로 나타났다.

 섹터와 테마 펀드의 부각도 성장주 펀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었지만 업종 차별화는 매우 극심하다. 24개 업종 중 2007년의 고점보다 상승한 업종은 불과 5개에 불과하다. 그 결과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등 특정 업종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그룹주와 중소형주 펀드와 같은 섹터 펀드가 두각을 나타내며 성장주 펀드와의 격차를 키웠다. 물론 같은 그룹주나 중소형주 펀드 내에서도 펀드별 성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자문형 랩이나 주가연계증권(ELS)이라는 새로운 간접 투자 상품의 부상도 성장주 펀드의 위상을 약화시켰다. 올 들어 ELS는 매달 2조원 이상 발행됐고, 자문형랩의 규모는 이미 3조원을 넘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성장주 펀드가 국내 간접투자의 주력군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지수 상승에 따른 추가 환매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점이 긍정적이다. 환매가 줄어들면서 증시 상승의 원군이 될 수 있는 데다 성장주 펀드가 시장을 초과하는 적극적인 전략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8개 증권사의 내년도 지수 전망치가 1800~2400포인트에 몰려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서 따져도 최고 20%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시장의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최근의 증시 흐름을 살펴볼 때 지수 상승을 견인했던 자동차나 화학 업종의 쏠림 현상이 완화되며 금융과 IT업종 등 상대적으로 덜 오른 업종의 상승 여지가 커지고 있다. 그 때문에 폭넓은 포트폴리오와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한 성장주 펀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성장주 펀드는 그룹주 펀드나 중소형주 펀드에 비해 종목 집중에 따른 위험도 상대적으로 작다.

 성장주 펀드의 검증된 장기 성과와 인지도도 장점이 될 전망이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이미 유형이나 숫자에서 포화 상태에 이르러 ‘신상품 찾기’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런 만큼 자산운용사들도 신상품보다는 기존의 ‘대표 펀드 브랜드화’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브랜드화의 핵심이 ‘수익률 제고’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형 펀드에 운용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자문형랩과 ELS 등과의 수익률 경쟁 속으로 일부 펀드가 과열 양상을 보일 수 있는 만큼 성장주 펀드 내에서도 옥석을 가리는 전략은 필요하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펀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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