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템플스테이 예산 집착 안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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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사진) 스님은 13일 “정부와 한나라당의 인식 변화가 없는 한 더 이상 소통과 대화 상대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과 관련된 정부·여당과 불교계의 갈등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자승 스님은 이날 “전통문화에 대해 이런 인식을 가진 정부와 더 이상 대화와 소통의 가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승 스님은 ‘이웃 종교 체험 성지순례’의 일환으로 국내 6대 종교 지도자와 함께 이탈리아를 방문 중이다.

 자승 스님은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때문에 종단이 ‘벌떼처럼’ 일어난 것이 아니다. 삭감 전에도 불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에 대해 “불교계를 예산 몇 푼 주고 안 주고 하면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정부 예산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종교 간 갈등이 일어났을 때 정부가 무슨 일을 했나. 특정 종교의 압력으로 불교계의 계획과 사업이 축소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17일 열릴 교구본사 주지회의와 원로회의에 대해 “누구 물러가라, 사과하라, 책임지라, 예산 더 주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대변인 원담 스님도 이날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4대 강 사업 강행이라는 목적으로 여당이 단독 처리한 예산안이 서민들의 삶을 질곡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말했다. 삭감된 템플스테이 예산을 문화관광기금이나 예비비로 보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불교계를 달랜다’는 유치한 대안 대신 예산안 전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정부의 사찰 관련 규제 배격 ▶국립박물관의 불교문화재 반환 ▶국가에 무상 제공한 불교 재산에 대한 권리 행사 등도 밝혔다. 원담 스님은 “뚜렷한 이유 없이 정부에 귀속된 불교 문화재에 대해 역사적 근거를 찾아내 반환을 받으려 한다”고 밝혔다.

 로마=백성호 기자, 서울=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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