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농가 직불금 약속 지켜라” 충남 농민 시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전국 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소속 농민들이 충남도청 앞마당에 벼 가마를 쌓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대전시 중구 선화동 충남도청 앞마당에는 40㎏짜리 벼 2400여 가마가 쌓여 있다. 벼 가마 더미 위에는 “흉년의 농심을 외면하지 마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 벼는 2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 연맹 소속 농민들이 시위용으로 갖다 놓은 것이다.

 농민들은 “이상기후와 태풍으로 올해 쌀 수확량이 30년 만에 최저치”라며 “충남도 차원에서 농민 생활안정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이 주장하는 지원대책은 “벼 재배 농가 경영안정 직불금 지원 조례의 즉각 이행”이다.

 이 조례는 정부가 지급하는 고정·변동 직불금과 별도로, 충남도 자체적으로 농가 소득 감소분을 보전해 주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9월 초 농민단체 등 주민 발의로 마련됐다.

 이와 관련, 안희정 지사는 지방선거를 앞둔 5월 27일 충남도청에서 ‘안희정의 새로운 충남 농업혁신 선언’을 발표하고 충남도 차원의 직불금 도입을 약속했다.

 전농 충남도 연맹 강사용 의장은 “조례가 없는 전남도 등 다른 지자체는 경영안정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충남도는 농민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전농 충남도 연맹에 따르면 도내 농민의 쌀 한 가마당(80kg기준) 최소 생산비는 21만원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의 고정·변동 직불금을 받아도 수입은 15만5394원에 그친다. 때문에 한 가마니 당 5만4606원의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충남도는 “조례는 제정됐지만 시행령이 없어 올해 당장 이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충남도 서용제 농림수산국장은 “시장·군수 협의 과정 등을 거치면 내년 8월쯤이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안희정 지사의 행보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전농 충남도연맹 엄청나 정책실장은 “지방선거 이후 경영안정 직불금 시행 등 농정 현안에 대해 도지사 면담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엄실장은 “대화요구 때마다 안지사는 ‘충남 농정은 충남발전연구원장과 충남도 정부부지사에게 맡겼으니 그쪽에 알아봐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 각종 농민단체 간담회 때마다 충남발전연구원장과 정무부지사만 참석했다.

 충남도 의회 농수산경제위원회도 “충남도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경영안정 직불금 조례 시행 의지가 없다”며 3일부터 예산안 심의를 거부하고 있다.

 반면 안지사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서 빚어진 현상”이라며 “쌀 농가에 보조금 지급대신 작목 전환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도 연맹은 이에 대해 “도지사가 대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트위터를 이용, 현실성 없는 얘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