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 시간여행] 김신조와 실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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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목따러 왔시오.” 이 섬뜩한 한마디를 지금 50대 이상된 분들은 다들 기억하실겁니다. 박정희라는 이름조차 함부로 입에 올리기 어려웠던 1968년, TV로 중계된 기자회견장에서 무장공비 김신조가 던진 말입니다. TBC 시간여행 오늘은 남북 대립이 극심했던 40년 전으로 가보겠습니다.

김신조는 이른바 1.21사건의 주인공입니다. 68년 1월 21일 북한 특수부대 124부대 소속 31명의 무장 군인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 암살 지령을 받고 침투했던 사건입니다. 무장군인들은 휴전선을 넘어서 밤새 청와대 바로 뒷산까지 침투했다 우리 군에 의해 사살됐고, 김신조 한 명만 생포하게 됩니다.

이들의 침투 사실을 알고 우리 군이 김신조 일당의 예상 진로를 예측해 방어선을 만들었는데요. 이들은 사람이 걸어서 갔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무서운 속도로 이미 방어선을 벗어나있었다고 하죠. 그래서 당시 우리 국민들을 더욱 겁나게 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우리 정부가 만든 비밀 카드가 684부대였습니다. 68년 4월에 생겨났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이 부대의 단 한가지 목표는 김일성 암살이었습니다. 보복 테러를 하겠다는 거였죠. 부대원들은 인천 인근 실미도에서 격리 수용된 채 수년간 무장 훈련을 했기때문에 실미도 북파부대라고도 불립니다.

이들은 3년이 넘게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면서 ‘김일성 암살’지령을 기다렸지만 남북간 해빙무드로 인해 출동이 계속 연기되면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게 됩니다.
1971년 8월23일 실미도 요원들은 무장을 한 채 서울로 향했습니다. 인천에서 버스를 빼앗아 서울로 오는 과정에서 군ㆍ경과 총격전을 벌여 수십명의 군인을 사살했는데요 대방동 유한양행 앞에서 군ㆍ경이 사방을 에워싸자 버스에서 수류탄을 터뜨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들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정부에서도 극소수였기때문에 당시 언론은 북한 무장공비 침투로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실미도 사건은 한동안 그 내용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다 1990년대 소설 작품등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에는 강우석 감독이 영화로 만들면서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지요. TBC 시간여행이었습니다.

글=전진배 기자, 영상=최영기 PD, 차주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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