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도하 참패 후 4년 비지땀 … 유도, 하루 4번 이 악물고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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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격과 유도가 한국 선수단의 초반 금메달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 종목의 금메달 원동력이 뭔지 짚어봤다.

 ◆사격, 확 달라진 훈련여건=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사격은 금메달 7개를 목표로 잡았지만 3개에 그쳤다. 도하 참패 직후 대한사격연맹은 대비책을 마련했다. 일단 겨울 훈련지를 따뜻한 동남아로 잡았다. 겨울철 국내에서는 추워서 제대로 된 훈련이 불가능했다. 사격 대표 선수들은 올겨울에도 2월 초부터 한 달간 태국 전지훈련을 했다. 남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한진섭은 “사격은 야외에서 경기를 하는 탓에 겨울에는 손이 얼어 실력을 키우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전에 태국 전지훈련을 한 덕에 컨디션이 일찍 올라왔다. 선수들 모두 최상의 컨디션”이라고 말했다.

 사격연맹은 한화그룹으로부터 연간 7억원 정도를 지원받는다. 변경수 대표팀 총감독은 “그간 대표 선수들은 1년에 세계선수권대회 한 번 출전이 전부였다. 하지만 4년 전부터는 한화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선수 1명이 국제 대회에 최소 3~4번은 나간다. 국제 경험이 많아짐에 따라 실전에서 여유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산이 늘어 종목별 대표 선수 수가 늘어난 것도 강점이다. 종목별로 3~4명만 뽑았지만, 요즘은 최소 8명을 뽑는다. 경쟁을 하면서 실력이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체육과학연구원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다. 연구원 소속 김병현 박사는 한 해 수차례 사격 선수들에게 심리학 지도를 한다. 개별 면담도 여러 차례. 사격 종목에서 마인드 컨트롤은 그 어떤 기술보다 중요하다. 김 박사와 상담 뒤 선수들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긍정의 힘을 얻었다.

 ◆유도, 이를 악물었다=한국 유도는 지난 9월 참패를 맛봤다. 일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재범(남자 81㎏)이 유일한 금메달리스트였다. 그러나 광저우에서 완전히 달라졌다.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통틀어 금3개(전체 금메달 수는 남녀 16개)를 노렸던 대표팀은 이틀째까지 5개의 금메달을 따내더니 연일 금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남녀 전 체급에서 10개의 금메달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16개 중 14개를 독식한 일본은 한국과의 맞대결에서 승률이 크게 떨어졌다. 일본 언론에서는 “세계선수권 우승 뒤 선수들이 목표의식을 잃어 해이해졌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한국유도가 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습량이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주말 외출만 허용했을 뿐 평일에도 외출을 금지한 채 운동에만 전념시켰다. 여자 78㎏에서 금메달을 딴 정경미는 “다른 종목 선수들이 우리더러 불쌍하다고 하더라. 새벽부터 하루에 네 번씩 훈련했다”고 전했다. 이원희 KBS 해설위원은 “한국 선수들은 일본 선수들에 비해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훈련량에서 일본을 압도했다”고 말했다.

광저우=온누리·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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