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많은 현대 압구정 본점, 왜 ‘퍼스널 쇼퍼’ 없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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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지난 10월 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옥상공원에서 열렸던 ‘프레지던트 페어’에서 모델들이 한 대 1억원가량 하는 이탈리아 앤티크 모터사이클인 1953년식 ‘베스파’를 선보이고 있다. 옥상공원은 VIP들의 사교 장소와 고급 트렌드를 알려 주는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본점은 백화점 업계에서 두 가지 타이틀을 갖고 있다. 백화점 업계에서 면적이 가장 작은 점포이면서 단위당(3.3㎡) 매출이 가장 높은 점포라는 점. 단위당(3.3㎡) 매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압구정본점이 8669만원, 갤러리아 압구정점 6171만원, 신세계 강남점 5940만원,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5408만원 순이다.

 1985년 개점한 이후 덩치를 늘리지 않고도 3.3㎡당 8669만원을 벌어들이는 이 백화점의 든든한 버팀목은 탄탄한 고정 고객층이다. 연간 3500만원 이상 VIP 고객의 매출 비중이 백화점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한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경우 25%, 목동점 18%, 나머지가 10%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본점의 VIP 고객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은 셈이다. 그럼에도 이 백화점에는 ‘퍼스널 쇼퍼’가 없다. 퍼스널 쇼퍼는 백화점 VIP 서비스의 상징으로 고객과 함께 매장을 돌면서 상품을 추천해주거나, 노출을 꺼리는 고객을 위해 개별적으로 상품을 골라 VIP룸으로 갖다 주는 역할을 한다. 압구정점 VIP 고객 담당 김은경 과장은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퍼스널 쇼퍼 장면이 필요한데 자문이나 협조를 부탁한다는 문의를 받을 때마다 아주 난감하다”며 “압구정점엔 퍼스널 쇼퍼가 없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압구정점에 퍼스널 쇼퍼가 없는 이유는 이 백화점 VIP 고객들의 성향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1 “내가 입어야 유행” 이들은 “내가 유행을 선도한다”는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어 남의 추천을 믿지 않는다. 또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얻는 브랜드 히스토리, 제품 관련 에피소드, 해외 스타들이 뭘 입고 있는지를 판매사원들보다 더 잘 안다.

2 “장 보면서도 유행을 다 알 수 있는 데 뭘” VIP 고객이 가장 많다 보니 단골 고객끼리 자주 마주치는 VIP룸이나 심지어는 백화점 수퍼, 식당가 등에서 눈대중이나 귀동냥으로 유행을 가늠할 수 있어 굳이 전문가 추천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연예인 OOO이 입었던 거예요’란 판촉 멘트는 거의 안 먹힌다.

3 옥상 가든에서 가든 파티 호텔 그랜드 볼룸이나 갤러리보다는 가든 파티 느낌을 주는 압구정점 옥상에서 여는 파티를 더 선호하는 실속파 VIP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봄 요트를 기중기로 옥상까지 올리는 고생 끝에 옥상에서 보트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달엔 14억원짜리 보석과 수억원짜리 시계 등 고가 럭셔리 라인을 옥상 가든에 모아놓고 파티를 벌이는 ‘프레지던트 페어’를 열기도 했다.

4 테스트 마켓 LG패션과 제일모직이 최근 압구정 본점 4층 남성매장에 남성 수입 럭셔리 편집 매장인 리비에라와 블리커를 각각 1호점으로 열었다. 강남 트렌드가 시차를 두고 다른 곳으로 퍼지기 때문에 테스트 마켓 역할을 중시한 것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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