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졸업반 ‘파행 수업’ 사라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서울 Y고 3학년인 강모(18)군은 요사이 등교해 출석 체크만 한 뒤 곧바로 교내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소설책을 읽는다. 지난달 초 수시 1차 전형에 합격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어서다. 물론 수능시험도 안 본다. 학교에서는 출석만 점검할 뿐 별다른 대체 프로그램은 제공하지 않는다. 강군은 “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대입 수시나 수능시험 이후 고3 교실에선 제대로 수업도 이뤄지지 않고 이렇다 할 대체 프로그램도 없는 파행상태가 매년 반복된다. 또 초등학교 6학년과 중 3학년 교실에서도 기말고사 뒤엔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다. 일부 학생은 학교 밖에서 탈선을 저지르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들 학년의 ‘파행 수업’을 막기 위한 대체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10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인기 작가와의 대화, 외국어 단기 습득 과정, 1인 1악기 다루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프로그램은 방학 중에도 진행된다. 참여 여부는 자율이며 과정에 따라 유료인 경우도 있다.

방학 중 평일엔 학교에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거나 연극 수업 등을 하게 된다. 또 학교 밖으로 나가 연극이나 영화 관람, 재래시장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세종문화회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과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 되면 학생들은 방학 중에 세종문화회관에 찾아가 전문 예술가의 지도를 받고 공연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예술 전문 강사를 학교에 파견해 국악·연극·민속춤 등을 가르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시교육청은 각 학교에 15일까지 대체 교육활동 운영 계획을 제출토록 했다. 올해는 관련 예산이 2억원에 불과하지만 내년부터는 학교당 100만원씩 약 13억6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대체 프로그램이 강제성이 없고 유료인 경우도 많은 점을 들어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다. 한 고교 관계자는 “방학 기간에 교사들이 나와서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어렵고 각종 체험을 하기엔 관련 예산도 너무 적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