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랠리,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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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가 그야말로 기세등등이다.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현대차는 51%, 기아차는 149% 올랐다. F1 머신처럼 질주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주 펀드와 자동차 상장지수펀드(ETF)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과연 현대·기아차의 질주는 앞으로도 이어질까. 증권사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중간 중간 조정을 받겠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랠리를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승 랠리를 점치는 첫째 이유는 저평가다. 주가가 껑충껑충 뜀박질을 했는데도 이익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3~9.5배 정도. 일본 도요타자동차(14.7배)나 닛산(11배)보다 떨어진다. 도요타는 올 들어 주가가 27% 하락했고 닛산은 14% 내렸는데도 아직 현대·기아차가 한참 싸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현대·기아차를 더 매력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가의 추가 상승을 뒷받침할 만큼 실적도 더 좋아질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 올해 주가를 떠받쳤던 실적 개선은 사실 금융 위기 덕이었다. 안전자산을 찾는 분위기 때문에 엔화 가치가 쑥 올라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소비자들이 브랜드만 보지 않고, 가격 대비 품질을 따지면서 한국 차의 시장 점유율이 올라갔다. 솔로몬투자증권 이형실 연구원은 “무엇보다 미국 소비자 사이에 현대·기아차에 대한 브랜드 로열티(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가 생긴 것이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YF쏘나타나 투싼을 사려면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 수많은 경쟁 차종을 놔두고 두 달을 기다려가면서 굳이 현대·기아차 제품을 사는 게 바로 브랜드 로열티가 높아진 증거라는 것이다.

 브랜드 로열티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미국에서 값을 올려받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전무)은 지난달 말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올 3분기부터 미국에서 쏘나타 2.4 가격을 도요타 캠리 2.5보다 높거나 비슷하게 책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점유율이 늘어난 데다 값까지 올려 받으면 매출과 이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판매 대수 기준으로 미국을 누르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도 호조다. 현지 공장은 현재 가동률이 100%다. 그래서 증설을 하고 있다. 기아차의 생산능력은 올 초 27만 대에서 내년 초 43만 대로 늘어난다. 현대차도 60만 대에서 100만 대로 확장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당분간 주가 상승이 예상되지만 내년 상반기를 넘어서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했다. 앞으로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원화가 엔화보다 더 빨리 가치가 올라 내년 상반기 말께는 환율에 의한 경쟁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대·기아차의 경쟁 차종인 혼다 시빅과 도요타 캠리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새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신차가 나오면 아무래도 한동안 시장의 관심이 그쪽에 쏠리게 마련이다.

 현대차는 다른 부담도 안고 있다. 현대그룹과 벌이고 있는 현대건설 인수전이다. 인수에 실패하는 것보다 오히려 고가에 인수하는 게 더 악재다. 이형실 연구원은 “시장의 예상 범위인 3조~4조원에 인수한다면 주가에 별 영향이 없겠지만, 그 이상이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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