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 하이드 의원 '주적 충고' 정면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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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얼굴)통일부 장관이 14일 헨리 하이드(공화.일리노이)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의 대북 강경발언에 "이분법적 사고는 한반도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하이드 위원장의 대북 지원 재고 요구에 대해 정 장관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하이드 위원장의 발언은 적절치 않으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주례 간부회의에서 하이드 위원장이 지난 10일 북핵 및 6자회담 청문회에서 우리 정부의 '북한=주적(主敵)'표현 삭제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자신의 입장을 우선 밝혔다.

정 장관은 "우리 국민은 '미국은 동맹이고 북한은 동포'라는 분명한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미국을 포함한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백서에 적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드 위원장이 '우리(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적이 누구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과 관련, 정 장관은 "먼저 적을 규정해야 도울 수 있다는 것은 동맹의 목적과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 장관은 비공개 회의 말미에 김홍재 공보관에게 "내 말을 기자들에게 가서 얘기해 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수첩에 적힌 발언내용의 문구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동안 미 의원이나 전문가의 대북 강경발언을 "행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며 무시해온 정부 태도와는 다르다.

이번 발언은 일단 미국 내 대북 보수강경파의 입김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하이드 위원장이 미국에서는 중요한 인물인 데다 6자회담이나 남북 대화 재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 정 장관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에는 대북 지원과 경협 등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접근이 미국 내 강경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지속될 것이란 메시지를 던지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이영종.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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