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둥젠화, 일가 재산 8년새 10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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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는 떠나도 재산은 남는가-'.

홍콩의 둥젠화(董建華) 전 행정장관이 퇴임한 뒤 그의 재산이 화제다. 둥 전 장관은 선박왕으로 일컬어졌던 둥하오윈(董浩雲)의 장남. 상하이(上海) 출신인 그의 선친은 1946년 해운업체인 동방해외(東方海外)를 창업했다. 회사 지분은 현재 둥의 일가족이 67.8%나 갖고 있다.

둥 전 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힌 지난 10일 오후. 동방해외는 지난해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순이익이 52억3000만 홍콩달러(약 6800억원)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는 것. 해운 호황을 타고 2년 전부터 뜀박질했던 주가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었다. 지난 10일 종가는 주당 37.9홍콩달러(약 4930원).

홍콩의 명보(明報)는 "둥 전 장관의 일가가 소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이 8년 새 10배나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그의 지분을 돈으로 환산하면 146억 홍콩달러(약 1조9000억원).

그러나 둥이 자리를 이용해 축재하지 않았다는 게 정설이다. 그는 행정장관 취임 직전 특혜 의혹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일가족 지분을 모두 신탁기금에 맡겨놓았다. 둥에게 비판적인 민주파 정당.언론들도 이를 시비하지 않는다. 다만 최대 재벌인 리자청(李嘉誠) 소유의 계열사들이 동방해외의 지분을 장기 보유하고 있는 게 이따금 '관상(官商)유착'이라고 지적될 뿐이다.

동방해외는 최근 상하이와 항저우(杭州).쿤산(昆山) 등지에 부동산 개발업에 나서고 있다. 주택.상가 면적으로 따져 42만평 규모의 개발 허가를 받아놓았다.

둥은 최근 "행정장관에서 물러난 뒤 기업 경영을 다시 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명예직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으로서 홍콩 사회에 마지막으로 봉사하겠다는 얘기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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