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당뇨병 약] 4세대 당뇨병 치료제, 혈당에 맞춰 인슐린 조절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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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치료제는 지난 60년 간 4세대까지 개발됐다. 작용 원리는 모두 다르다. [중앙포토]

제2형 당뇨병 환자인 최성호(가명·67·서울 마포구)씨. 최근 10년간 복용했던 당뇨병 치료제를 바꿨다. 한 달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씨가 복용하던 로시글리타존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에 대해 심장혈관질환 위험성을 경고하며 사용 중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식이요법과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던 최씨지만 심장질환 검사를 받아야 할지 고민이다. 또 새롭게 처방받은 당뇨병 치료제는 안전한지 걱정이다. 국내 당뇨병 환자는 500만 명. 먹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450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출시된 당뇨병 치료제의 효과와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성분별로 작용원리·부작용 달라

식약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허가받은 당뇨병 치료제는 470여 개다. 이 중 이번에 심혈관 부작용으로 사용 중지 조치가 내려진 로시글리타존 성분 치료제는 15개다.

 식약청 의약품안전정보팀 관계자는 “이달 2일 로시글리타존 성분 치료제를 영구 퇴출시킬지 대체제가 없는 당뇨병 환자를 위해 제한적으로 처방을 허용할지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먹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약 6%를 차지하고 있는 로시글리타존의 퇴출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치료제를 복용하는 당뇨병 환자들은 다른 치료제로 갈아타야 한다. 경희의료원 내분비내과 오승준 교수는 “모든 약들은 치료 효과와 함께 부작용(side effect)이 있다”고 말했다.

 먹는 당뇨병 치료제는 1950년대 1세대인 설포닐우레아 계열이 출시된 뒤 4세대까지 출시됐다. 이 치료제들이 인체에 들어와 작용하는 원리는 모두 다르다.

 설포닐우레아 계열 치료제는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하지만 체내 혈당 수치와 상관없이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에 혈당을 지나치게 떨어뜨리는 저혈당증, 체중 증가라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2세대 치료제인 비구아나이드 계열은 췌장을 직접 자극하지 않는다. 간의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고, 근육세포 등 말초 조직에서 포도당 사용을 촉진해 혈당을 떨어뜨린다. 저혈당 위험이 적고, 식욕을 감퇴시켜 비만인 당뇨병 환자들에게 적당하다. 하지만 복부 팽만감·구토·설사 등 소화기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식사 후 복용해야 한다.

 심장혈관질환 부작용으로 판매 중지된 로시글리타존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는 3세대인 치아졸리딘디온 계열에 속한다. 이 계열 치료제들은 근육과 지방조직에서 포도당의 흡수와 소비를 촉진하고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줄여 저혈당증을 줄였다. 하지만 체중 증가와 손과 발이 붓는 말초부종이 생긴다.

4세대 치료제, 국내엔 두 종류 출시

‘DPP-4 억제제’ 계열은 최근 출시된 4세대 당뇨병 치료제다.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을 줄이며 혈당을 강하하는 게 특징이다.

 이전 당뇨병 치료제들이 체내 혈당 수치와 상관없이 인슐린의 분비를 자극하거나 민감성을 높였다면 DPP-4 억제제는 체내 혈당 수치에 따라 인슐린 분비를 조절한다. 혈당이 높을 때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스마트 당뇨병 치료제’인 셈.

 음식물을 섭취하면 소장은 다양한 소화 호르몬들을 분비한다. ‘인크레틴’ 호르몬도 그중 하나. 인크레틴은 혈중 포도당의 양에 따라 인슐린이나 혈당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분비를 늘려 혈당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이루도록 돕는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는 이 기능이 떨어진다.

 인크레틴 호르몬은 ‘DPP-4’라는 효소에 의해 호르몬의 기능을 잃는다. DPP-4 억제제는 DPP-4 효소를 억제해 인크레틴 호르몬의 기능을 오래 유지시킨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DPP-4 억제 당뇨병 치료제는 두 개다. 이 중 세계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DPP-4 억제제는 미국 머크사의 ‘자누비아’다. 200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국내에선 2008년부터 처방됐다.

 자누비아는 연구 결과 인슐린 분비의 원천인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을 회복해 아시아 환자에게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아시아 당뇨병 환자는 췌장 내 베타세포의 수가 부족해 인슐린 분비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연 교수는 “DPP-4 억제제는 초기 당뇨병 환자나 인슐린 분비 능력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며 “저혈당증과 체중 증가 등 부작용을 줄여 노인·비만·신장 기능이 떨어진 당뇨병 환자에게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un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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