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문책 기준은] 직무관련 돈 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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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유임 결정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문책 기준이 확인됐다.

노 대통령은 이 부총리 문제 논의 과정에서 "자신의 공직 직무와 관련해 금품이 오가거나 한 일은 아니잖으냐"는 요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 참모는 전했다. 노 대통령은 장성 진급심사 물의와 관련, 남재준 육참총장이 사퇴를 표명했을 때도 "진급 심사 과정에서 최소한 돈이 오고간 일이 없었다"며 즉각 반려했었다.

올 초 연두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전 국민이 부동산 투기 하던 20년 전에 땅 한 필지 샀던 것이나, 공무원 퇴직해서 돈 생겼다고 땅 샀던 것 가지고 검증한다니 어렵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덕성이란 절대적으로 깨끗한 것이 아니라 공사를 분명히 하고 일에는 사심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부총리가 야인 시절 부인이 구입한 토지를 24년 뒤에 매매하는 과정에서 위장 전입 등의 의문점이 제기됐지만 부총리 직위를 이용한 금품 이득이라는 마지노 선은 넘지 않았다는 게 노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비교되는 사례가 집무실에서 산하기관으로부터 100만원을 받은 농림부 차관의 경우다. 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전별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은 육군대장을 물러나게 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 대장의 예하 부대에는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노 대통령은 이기준 교육부총리 사퇴 파문에 대해서는 최근 "분명한 나의 잘못"이라는 자책을 자주 한다고 한다. 자신이 대학 개혁에 매달려 이기준 적임론을 너무 강조해 민정.인사수석이 검증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만든 게 아니냐는 얘기다.

결국 민정.인사수석을 물러나게 한 것은 평소 지론인 '근거 있는 문책'원칙과 배치됐다는 토로로도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3일 이헌재 부총리에게 업무보고를 받으며 "지난해 신불자 대책, 종합부동산세 도입, 중소기업 대책 등은 부총리와 직원들이 수준 높은 행정으로 열심히 해줘 잘 정착됐다"며 조목조목 재경부 일의 성과를 나열했다. 이 부총리와 오찬도 함께 했다. '근거 있는 유임'임을 강조하려는 모습으로도 비춰졌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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