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시간 구조 생방송 ‘최대 수혜자’는 피녜라 칠레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칠레 광부 구조 드라마의 가장 큰 수혜자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다.

 22시간 여의 구조 작업이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방송되는 동안 그는 가장 오랫동안 전파를 탔다. 마지막 구출자 루이스 우르수아와 함께 칠레 국가를 합창하는 장면을 통해 그는 재앙을 극복한 국가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사태 수습 과정에서 오랫동안 방송국을 경영해 왔던 노하우를 살려 TV를 최대한 이용했다. 그는 ‘칠레비전’이라는 지상파TV의 소유주다.

 구조현장 지휘를 맡은 그는 광부들이 한 명씩 구출돼 나올 때마다 카메라 앞에서 이들을 껴안고 격려했다. 대부호 출신 대통령이란 이미지가 강한 그는 구조현장에서 광부들과 둘러앉아 함께 노래하는 서민적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첫 번째 생환자 플로렌시오 아발로스가 구조된 직후 예정에 없던 가족면담 시간을 마련, 인정미를 과시하기도 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버지를 빨리 보고 싶다는 7세 아들의 소망을 듣고 계획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는 8월 22일 광부 33명의 생존이 확인된 직후부터 카메라 앞에 나섰다. 사고현장에 달려간 그는 ‘모두 건강하다’는 광부들의 메모를 들고 승전보를 알리는 개선장군처럼 기자회견을 했다. 현장으로 옮겨지는 굴착기 드릴을 칠레 국기로 장식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이뿐 아니었다. 그는 지난달 14일 매몰 광부의 딸이 태어나자 곧바로 병원에 달려가 아기를 안고 키스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래서 일부 광부 가족은 “대통령이 구조작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수천만 달러를 들인 구출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그의 지지율은 사고 발생 전에 비해 10%포인트 상승한 56%를 기록했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