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칠레 광부 33인의 무사 생환을 기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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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머잖아 이들이 무사히 지상으로 올라오면 광산 붕괴사고로 매몰된 지 가장 오랜 시간 만에 구출되는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 전 세계에 인간 승리의 영웅적 면모를 보여준 33명의 광부들 앞에선 이런 기록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색할 따름이다. 한 줄기 빛도, 한 줌의 신선한 공기도 닿지 않는 지하 700m 공간에서 어떻게 시종일관 질서와 규율, 긍정과 감사의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구조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이 순간도 이들 광부는 서로 먼저 나가라며 순서를 양보하고 있다고 한다. 한시라도 빨리 극한상황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일 텐데 그 같은 본능마저 이겨내는 33명의 뜨거운 동료애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온 칠레 정부와 다국적 구조팀에도 경의를 표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요원들이 광부들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첨단 물품과 조언을 제공하는 등 국제사회가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숱한 자연재해와 사건·사고 등 위기 때마다 발휘되는 이처럼 훈훈한 인류애가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품게 한다.

물론 칠레 광산 사고가 ‘해피 엔딩의 드라마’로 마무리되기까진 아직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다. 구조 캡슐이 오가는 통로에서 암석이 떨어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고 구조 과정에서 광부들에게 건강 이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광부들과 구조팀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 아름다운 영웅 33명의 무사 생환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