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7억 개 시장이 이웃에 기술력 내세워 공략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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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 5일 충남 천안시 직산읍 지방산업단지에 있는 ㈜승일의 신공장. 9개의 컨베이어벨트는 쉴 새 없이 판재(얇은 철판)를 싣고 돌아가고 있었다. 한쪽에선 파이프 모양으로 생긴 제관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또 한쪽에선 기계차들이 자동 포장된 에어로졸 제품을 부지런히 실어 날랐다. 이 회사 현창수(53·사진) 대표는 “하루 100만 개 이상, 연간 3억 개 생산이 가능한 국내 최대 에어로졸 공장”이라고 소개했다.

에어로졸은 밀폐 용기(제관)에 특정 내용물과 액화가스를 넣고 가스가 기화하는 압력을 이용해 내용물을 내뿜는 분사제를 말한다. 파리·모기를 퇴치하는 살충제, 헤어 스프레이 등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한국에서는 한 해 1억2000만여 개가 팔리는데, 이 회사 제품이 70%를 차지한다.

승일은 2005년부터 280여억원을 투자해 기존의 인천공장을 이곳으로 옮겼다. 부지 규모가 2만8000여㎡, 공장 면적이 2만4000여㎡에 이른다. 11일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헨켈(독일)·3M(미국) 등 거래 기업 관계자 300여 명을 초청해 준공식을 한다. 현 대표는 “1961년 창업했으니 올해가 설립 50년째”라며 “신공장 가동을 계기로 기술력을 뽐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다녀간 한 해외업체는 천안공장의 생산능력과 효율을 따져보더니 즉석에서 중국에 판매할 살충제 500만 개를 주문하더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설립 이래 적자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해 매출은 1100억원가량. 부탄가스 1위 브랜드 ‘썬연료’를 만드는 태양산업·세안산업 등 관계사까지 합치면 매출은 3600억원대로 늘어난다. 회사 창립자이자 현 대표의 부친인 고(故) 현진국 회장이 에어로졸 시장을 선점한 이유도 있지만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도 한몫했다.

그런데 현 대표는 어떤 이유에서 300억원 가까운 거액을 새로운 생산라인에 투자한 것일까. 더구나 국내 에어로졸 시장은 성장률이 연 2~3%에 불과하다. 다소 무모한 투자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현 대표는 웃으면서 “연간 6억~7억 개 시장이 이웃해 있어서”라고 대답했다. ‘6억~7억 개 시장’이란 중국과 일본을 가리킨다. “2000년대 이후 값싼 중국산 에어로졸이 수입되면서 국내 업체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밸브 고장, 가스 누출 등 품질에서 잦은 문제가 생겼다. 이후 유럽과 일본의 고객사들은 기술적으로 검증된 제품을 찾았다. 우리가 그 수혜 기업이다.”

해외영업 조직도 키우고 있다. 승일은 기존 7명이던 해외영업 인력을 올 들어 4배로 늘렸다. 현 대표는 “2015년까지 현 2000만 달러 수준인 수출을 5000만 달러로 늘릴 것”이라며 “그때가 되면 2000억원 매출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천안=이상재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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