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복싱연맹 사태’ 해결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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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대한체육회가 국제복싱연맹(AIBA)으로부터 잠정적으로 퇴출당한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KABF)을 관리단체로 지정키로 했다. <본지 9월 14일자 31면>

박태호 체육회 체육진흥본부장은 14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선수 엔트리 제출이 오는 30일인데도 복싱연맹은 이달 안에 정상화할 가능성이 없다. 15일 체육회 이사회에서 복싱연맹의 관리단체 지정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AIBA는 13일 “KABF가 ‘새 집행부를 뽑으라’는 AIBA와 대한체육회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한국의 AIBA 회원 자격을 박탈했다.

◆규정을 이유로 회장 선출 미루는 복싱연맹=KABF는 14일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다음 달 5일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어 새 회장을 뽑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집행부 사퇴’라는 AIBA와 체육회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이사회를 주재한 김승철 KABF 회장대행은 “일부 이사가 ‘집행부 총사퇴’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집행부의 신임 여부는 새 회장에게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여서 일단 사퇴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시안게임 선수 엔트리 마감이 이달 말인데도 다음달 새 회장을 뽑기로 한 것은 KABF의 회장 선거관리 규정 때문이다. 규정에 따르면 회장을 뽑는 총회는 이사회로부터 3주일 후 열도록 되어 있다. 후보 등록과 선거운동 등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해서다.

문제는 새 집행부가 이달 내로 구성되지 않을 경우 AIBA가 박탈한 회원 자격을 회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AIBA로서는 회원 자격이 없는 한국복싱의 아시안게임 선수 엔트리를 접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선수 입장은 관심 밖인가=박태호 본부장은 KABF 이사회의 결정과 관련해 “복싱연맹 이사회에 규정을 고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가 걸린 긴급 사안인데도 ‘21일 규정’을 고집한 것은 문제다. 선수가 뒷전으로 밀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선수들이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주는 데 지장이 없어야 한다. 선수 엔트리 제출기한 이전에 복싱연맹이 정상화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홍 문화부 체육국장은 “극단적인 문제해결(관리단체 지정) 대신 절차에 따른 해결을 기다렸는데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대한체육회가 KABF를 관리단체로 지정하는 칼을 빼들었다. 관리단체가 되면 집행부는 자동적으로 해산된다. 대신 체육회가 파견한 관리위원회에서 연맹이 정상화될 때까지 관리를 맡는다. 박 본부장은 “복싱연맹의 관리단체 지정이 결정될 경우 서둘러 새 집행부를 선출해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출전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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