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이용한 목 디스크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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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촬영) 확인 결과, 머리부터 뒷목으로 이어지는 목뼈(경추) 부위 신경이 눌린 상태였다. 목뼈와 뼈가 만나는 관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던 디스크(추간판)가 노화와 나쁜 자세의 영향으로 퇴화한 게 이유다. 제자리를 지켜야 할 디스크가 줄어들고 뒤로 밀리면서 목뼈끼리 부딪쳤다. 그 마찰로 뼈가 자라면서 목 신경을 눌렀고, 어깨부터 팔·손가락까지 이어지는 방사통이 된 것이다.

목뼈에서 문제가 된 디스크를 없애는 데에는 두 가지 접근법이 있다. 목의 앞면을 절개하는 것과 목의 뒷면을 절개해 들어가는 방법이다. 디스크가 어디에 어떻게 생긴 것인지에 따라 접근법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앞을 절개해 식도와 경동맥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문제는 탈출한 디스크를 제거하기 위해 그 앞의 건강한 디스트까지 상당부분을 함께 들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디스크가 빠져 나올 때 목뼈의 앞이 아닌 뒤쪽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디스크가 빠지면 관절에 무리가 가고 흔들림이 생겨 불안증이 될 수 있다. 빈 공간을 보완하려면 다시 환자의 뼛조각으로 채워 넣고 두 마디의 뼈를 하나의 덩어리처럼 잇는 유합술을 쓴다. 이때 관절이 희생돼 목뼈의 움직임이 줄어든다는 부담이 있다.

기존방법으로 절개하면 뼈·근육 많이 손상

목 뒤를 절개하는 방법에도 장단점이 있다. 목 앞쪽의 식도와 경동맥·후두신경 등을 지나지 않으므로 손상할 위험이 없다. 뒤로 탈출한 디스크에 바로 접근하므로 건강한 디스크를 잘라내지 않아도 된다. 디스크 손실이 적은 반면 뼈에 도달하기 위해 뒷목의 근육을 많이 째야 한다. 출혈이 많을뿐더러 근육 손상이 커 수술 후에 통증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목 뒤로 가지를 치고 있는 신경을 건드릴 위험이 있다. 신경손상에 대한 부담으로 수술이 어렵다. 수술자의 경험과 기술이 중요한 것이다.

뒷목의 피부를 1㎝ 미만으로 절개하고 그 사이로 내시경과 기구를 넣어 탈출한 디스크를 제거한다. 건강한 디스크를 잘라낼 필요가 없고 근육손상이 적어 회복이 빠르다. [최정동 기자]

목의 기관과 뼈·근육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디스크를 제거하는 방법은 없을까.

수원 신병원은 내시경을 이용해 미세침습수술을 한다. 문제가 된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당 부위 뒷목에 1㎝ 미만의 피부를 절개해 접근한다. 8㎜의 관을 삽입해 위치를 잡고 그 사이로 4㎜ 내시경과 미세절골기·절삭기를 넣어 밖으로 빠져나온 디스크 덩어리만 제거하는 것이다.

신경현 원장은 “절개 부위가 적으니 근육과 혈관 등 조직 손상이 거의 없고 흉터도 작다”면서 “뼈를 이식하거나 금속물로 고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생리식염수를 지속적으로 주입하고, 내시경으로 10~15배 확대해 수술자의 시야를 확보한다. 근육을 째고 열었을 때 보다 출혈이 적어 시야가 좋다. 이 병원 이남규 과장은 “많이 열면 수술자가 편하지만 환자의 조직 손상이 크다”며 “적게 째서 부분만 보고도 신경이 어디를 지나는지 전체를 그릴 수 있으려면 수술자가 해부학적 구조에 익숙해 안을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시경 구멍 위치 잘 찾는 게 관건

목의 뼈와 뼈가 만나는 관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해야 할 디스크가 터져 주변 신경을 누른 경우다. 내시경을 보며 수술기구(포셉)로 디스크를 제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내시경을 이용한 후방 목디스크 수술의 관건은 어디에 내시경 구멍을 뚫을 것인지 위치를 정확하게 찾는 것이다. 실제 수술실에서 만난 신 원장은 디스크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씨암(C자형 영상증폭장치)을 계속 찍으면서 “여기가 틀림없지?” 하며 확인을 반복했다. 그는 “영상은 2차원인데 실제는 3차원이니까, 자리 찾는 게 제일 어렵다. 이게 수술의 성공 여부를 가른다”고 말했다.

이 수술법은 2008년 독일 의사 세바스티안 루에텐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 신경이 지나는 뒷목에 내시경만으로 직접 접근하므로 신경손상의 위험이 커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은 모든 목 디스크에 적용하지 못한다. 디스크가 신경이 빠져나오는 구멍 이나 뒤쪽 측면으로 터진 경우에만 가능하다.

글=이주연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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