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MB의 ‘공정한 사회’ … 갈 길이 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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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8·8 개각 인사청문회 파동에 이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혜 시비’로 한국 사회는 다시 공정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응시하고 있다. 자르고 잘라도 불공정이라는 싹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유 장관 딸의 합격은 지난달 31일이었다. 이때는 총리후보 등 3인의 사퇴로 정권과 사회가 공정성의 태풍을 겪고 있던 때였다. 이런 소동의 한가운데서 핵심 국무위원이 자식의 특혜 의혹에 무심(無心)했다니 고위공직자 도덕 불감증의 심각한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싹이 아무리 이어져도 공정한 사회를 향한 노력을 멈출 수는 없다. 고통과 소동이 커도 계속 나아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장·차관 워크숍에서 3인의 사퇴에 대해 “아픔을 무릅쓰고 인사추천을 취소했다”고 했다. 외교부 장관 문제에 대해선 “보통 때 같으면 오래된 관습이라며 통과될 수 있는 문제인지도 모르지만 공정 사회를 기준으로 보면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으로서는 8·15 연설에서 밝힌 ‘공정한 사회’를 실천하려는 노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에서는 ‘공정한 사회’를 천명하는 바람에 이것이 일종의 굴레가 되어 현 정권에 더욱 가혹한 잣대가 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현 정권 들어 기준이 강화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권은 장상·장대환 총리 후보와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의 임명을 강행했다가 국회 표결에서 부결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잣대에 대한 정권의 평가는 더욱 엄정해야 한다.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로 가려면 상대적인 것보다 절대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3인 사퇴의 경우에도 대통령은 처음엔 “앞으로 엄격한 기준을 마련”이란 언급으로 ‘이번은 감싸려는’ 모습을 보였다. 유 장관의 경우는 어느 정권에서나 통과되기 어려운 사안일 것이다.

‘공정한 사회’를 향한 정권의 방향은 올바른 것이다. 그러나 정권은 철저하게 실천적이어야 한다. 앞으로 많은 사례가 이어질 것이다. 대통령과 정권이 머뭇거리는지, 아니면 단호한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