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문제 내고 아들은 시험 치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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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자녀의 성적을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강서구 M고에서 아버지가 문제를 내고 아들이 그 문제로 시험을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해 2월 이 학교에 대한 현장조사를 한 뒤 "교직원과 그 자녀가 같은 학교에 있을 때 교직원은 자녀와 다른 학년을 맡도록 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교육청은 27일 "M고의 A교사와 B교사가 2003년 자신의 자녀와 같은 학년을 맡아 수업을 하고 시험문제를 출제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담임을 맡거나 자녀의 반 수업에 들어가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교육청은 밝혔다.

교육청에 따르면 체육담당인 A 교사는 아들 반의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체육 필기시험 출제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 측은 이 교사가 3학년 주임을 맡아 어쩔 수 없이 같은 학년 담당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화학담당인 B교사도 아들과 같은 3학년 지도를 맡아 시험문제 출제에 참여했다. 학교 측은 "B교사가 16년 동안 3학년을 맡는 등 실력이 뛰어나 학부모들이 3학년 배치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교사 자녀의 위장전입 의혹도 사실로 밝혀졌다.

교육청은 "A교사의 아들(졸업생)과 C교사, D교사의 아들(재학 중) 등 모두 3명이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위장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A교사 아들의 경우 2001년 3월 부천시 S고에서 이 학교로 전입했고, 이 과정에 A교사의 친구집에 주소를 옮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양천구에 살던 C군(3학년)과 D군(2학년)은 입학 전에 강서구로 주소를 옮긴 뒤 이 학교로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교사 아버지가 자녀의 내신성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교육청은 "아직 증거를 찾지 못했고 관련 학생의 성적에 대해 정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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