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포식자’ 중국의 에너지 기업을 경계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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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호 10면

‘자원 포식자’. 글로벌 에너지시장에서 중국의 별명이다. 최근 중국이 새로운 닉네임을 얻었다. ‘인수합병(M&A) 시장의 훼방꾼’이다. 다른 기업이 공들여 거의 수중에 넣은 먹잇감(피인수 기업)을 순식간에 낚아채 가거나 먹지 못하도록 훼방 놓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세계 M&A 시장 휩쓰는 차이나 머니

중국 최대 비료유통회사인 시노켐(Sinochem, 중국중화공사)은 지난주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다. 세계 최대 광산회사인 BHP빌리턴이 적대적 M&A까지 선언하며 공들이고 있는 캐나다 비료회사 포타시에 관심을 표명하며 나섰기 때문이다.

시노켐 부회장인 펑지빈은 이달 26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노켐이 포타시의 중국 대리점일 만큼 두 회사 관계는 각별하다”며 “빌리턴이 추진하고 있는 포타시 인수 작업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보면 세계 최대 비료회사인 포타시가 빌리턴에 인수될지 여부를 잘 살펴보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은 그의 말을 그대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포타시 경영자들이 앞서 한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빌리턴이 적대적 M&A를 선언한 직후인 이달 23일 “제3의 기업과 합병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며 “중국 회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후 중국계 펀드가 유력 백기사(White Knight) 후보로 등장했다. 그리고 시노켐 부회장의 발언이 나왔다.

사정을 들여다보면 시노켐이 포타시의 백기사로 나서는 시나리오는 그럴듯해 보인다. 중국은 포타시의 제품을 인도 다음으로 가장 많이 수입했다. 중국 비료 수요는 해마다 5~6%씩 늘어나고 있다. 시노켐이 포타시를 인수해야 할 이유나 명분은 차고 넘친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포타시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빌리턴이 제시한 주당 144달러 선을 훌쩍 뛰어넘어 150달러에 육박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안팎에서는 빌리턴 인수 작전이 실패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의 막대한 자금력을 빌리턴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포타시 경영진은 중국 회사를 언급하는 전략으로 빌리턴의 공세를 무디게 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포타시 주가가 인수 제안가격보다 높게 꾸준히 유지되면 빌리턴은 값을 더 높여 제시할 수밖에 없다.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빌리턴에 넘기겠다고 나설 포타시 주주들이 거의 없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다나페트롤리엄의 톰 크로스도 포타시 경영진의 전략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적극적으로 중국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거나 아니면 ‘중국 백기사’를 언급해 주가를 끌어올려 한국석유공사(KNOC)가 인수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크로스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다나에 관심을 기울일 중국 기업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자원 포식자 중국이 영국 석유회사를 사들이는 것에 대한 반감도 크기 때문”이라고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보도했다. 반면 “KNOC는 그런 반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아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톰 크로스 다나 최고경영자(CEO)가 반대하고 있지만 그의 지분율이 2%에 지나지 않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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