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노무현시대]당선자현안과제-정치·행정:당장 세대·지역간 '골'부터 메워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대통령 당선자는 기쁨을 만끽할 시간이 없다.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다뤄야 할 문제는 정치·행정·경제·사회분야에 산적해 있다.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임기 말에 처한 현 정부가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던 문제들이다. 이해관계들이 엇갈려 레임덕 정부로서는 해결할 힘이 없었던 사안도 숱하다. 현안들을 중심으로 새 대통령의 분야별 과제를 정리했다.

편집자

당선자에겐 정치·행정 분야의 개혁 과제가 쌓여 있다.

이런 과제들을 푸는 첫 단추는 패자(敗者)인 야당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첫 총리 인준 때부터 치열한 정쟁이 시작되고, 정계 개편론과 야당 의원 빼가기 등으로 정치 실종상태에 빠져 비틀대던 지난 '국민의 정부'때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세대 간 갈등과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것도 정치·행정 개혁을 위해 요구되는 또 다른 전제다. 모든 정권에서 잡음과 갈등의 요인이 됐던 인사와 예산 편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전 제시와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당선자와 가깝거나 당선을 도운 측근과 실세들이 고유 업무 이외의 영역까지 넘나들며 국정을 주무르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제도화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인사 탕평책▶'국가 균형원'이나 '지역균형 발전 심의위'를 통한 예산지원의 균형 달성 등 후보 진영이 제시했던 프로그램을 통해 선거과정에서 갈라진 국론을 한데 묶는 작업에 당장 착수해야 한다.

구체적인 개혁 과제로는 현재 국회 정치개혁 특위에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하는 일이 시급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난 11월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그나마 어렵게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공중에 날려 버렸고, 정치 구조조정과 관련된 굵직굵직한 안건들엔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중앙당 축소와 지구당 폐지 등 획기적인 정당 개혁 방안을 담은 정당법 개정안,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와 국회의 감사 청구권 부여 등 국회 개혁 방안을 정리한 국회법 개정안, 1백만원이 넘는 정치자금은 반드시 수표로 처리토록 하는 등 정치 투명화 방안을 담은 정치자금법, 선거공영제 확대가 주 내용인 선거법 개정안 등 소위 4대 정치관계 법안의 처리는 당선자가 가장 먼저 관심을 쏟아야 할 문제다.

특히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돈 안드는 선거의 룰을 정비하는 일은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은 이번의 달라진 선거문화를 '정치문화의 업그레이드'로 연결시키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국정원 개혁도 발등에 불이다.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의 도청 문제가 핫 이슈로 떠오르자 후보들은 앞다퉈 국정원 대수술을 예고했다. 국정원이 각종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얼룩진 '국민의 정부'뿐 아니라 이전의 정권 때부터 계속돼온 국정원의 정치 개입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야 할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정원의 도청 의혹에 대한 의문을 풀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왕(帝王)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도 현실화해야 한다.

선거 기간에 각 후보 진영에선 ▶참모와 보좌 기능만 맡는 방향으로의 청와대 비서실 개혁▶국무회의와 장관회의의 활성화▶총리의 실질적인 권한 확대 등 각종 방안을 쏟아냈다.

이런 방안들은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의 개헌론과 맞물려 논의될 전망이다.

재경부와 금감위의 기능 업무 조정문제, 외교와 통상 기능의 분리 등 정부 조직과 관련된 이슈들을 정리하는 것도 당선자에게 지워진 짐이다. 선거를 치르는 동안 느슨해진 공무원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도 당선자의 리더십이 발휘돼야 할 것이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