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저작권료 4190원 산출 근거 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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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달 끝난 지방 K대 계절학기 문학개론 수업 교재는 담당 교수가 교내 복사방에다 맡겨놓은 복사물이다. 평론서·원서·논문 등의 일부 내용이다. 저자의 사용 허락을 받지 않은 복제물이다. 대학가에서는 이런 무단 복제물 사용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적재산권 보호 여부가 외국과의 통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이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최근 두 차례 전국 400여 개 대학(전문대 포함)에 공문을 보내 저작권료(수업목적 이용 보상금)를 징수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학 강의에 대해 저작권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저작권법) 조항은 2006년 말 마련됐다. 강석원 문화부 저작권산업과장은 “법만 있었을 뿐 3년간 준비가 부족해 시행되지 못했다”며 “국제적으로 저작권 문제가 중요해져 더 이상 제도 시행을 미룰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학들도 무단 복제물 유통 차단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어떤 강의가 저작권을 침해하는지를 따지지 않고 돈부터 내라는 정부 방침에는 반발하고 있다. 대학은 재학생 한 명당 4190원씩 계산해 내거나 무단 복제물 현황을 조사해 개별 납부하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이종경 이화여대 교수학습개발원장은 “4190원의 부과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며 “강의시간 중 저작물 복제 사용에 대한 정확한 실태 조사를 한 뒤 대학별로 차등 부과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료를 걷는 한국복사전송권 협회 김동현 사무국장은 “2008년부터 5개월간 일부 대학의 강의에서 활용되는 교재와 동영상 실태를 조사한 뒤 1인당 4190원을 산출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근거가 미약한 것이다.

외국에서는 대학이 직접 저작권자에게 이용 허락을 받거나 사용료를 내고 저작물을 강의 교재에 활용한다. 협회를 통해 일괄 징수하는 일은 흔치 않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대학 내 저작권팀을 구성하고 강의에서 사용하는 모든 인용자료를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고 활용한다.

강홍준 기자
차주하(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3) 유혜진(연세대 교육학과 4)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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