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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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한 2년간 한쪽 구석에서 서점을 지키던 금붕어가 죽었다. 든 자리는 눈에 띄지 않아도 난 자리는 눈에 확 띈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어항 앞에 멍하니 서있는 아이들도 있다.

"아저씨, 물고기 다 어디 갔어요?"

죽었다고 말하기도 뭐하고 대답이 참 궁색하다. 하지만 바르게 말할 수밖에. "문 밖 나무들 곁에 묻어 주었어. 물고기들도 늙으면 죽는가 봐." 아이는 쏜살같이 나가서 나무 주변을 훑어보고 확인한다.

그 금붕어들과 정도 많이 들었다. 손님들은 금붕어가 참 오래 산다며 비결이 뭐냐고 묻기까지 했는데, 여덟살 정은이는 자기 집 어항에 사는 다슬기를 잡아다가 서점 어항에 풀어줬는데,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씩 올 때마다 어디 붙어 있나 살피기까지 했는데.

서점인데도 동물들과 얽힌 이야기들이 있다. 지금은 5학년이지만 승진이가 여섯살 때 집에서 기르던 병아리를 가져왔다. 이미 중닭이 되어버린 병아리를 아파트에서 키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서점에서 닭을 키우다니, 너무 신이 나 건물 뒤에 철조망으로 닭장을 만들어 한두달 키웠다. 그러던 어느날 일이 벌어졌다. 밤새 비가 내려 지붕을 덮어줬나 안 덮어줬나 걱정하다가 아침에 가보니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없어지고, 다른 한 마리는 우리 밖에 쓰러져 있었다. 도둑고양이한테 당했나 보다. 닭을 묻어주고 승진이에게 말을 했는데 난리가 났다.

서점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나빠! 아저씨 나빠!"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꺼이꺼이 울었다. 승진이는 어른들이 자기 닭을 잡아먹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설득도 하고 닭 무덤도 보여주었지만 한동안 도끼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동물들이 죽었을 때도 이러한데 하물며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갔을 때는 어떨까?

『안녕 할아버지』(창작과 비평사)는 당신의 죽음을 통해 손자 미키에게 '죽음'이라는 숙제를 더없이 훌륭하게 미리 풀어주고 가신다. 수집가이신 할아버지의 방엔 마치 고물상처럼 온갖 잡동사니들이 많지만 오직 미키만이 그런 할아버지 방을 좋아한다. 병이 들어 아주 서서히 죽음을 준비하는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가 어느덧 짐이 되어 부담스러워하는 엄마, 미키는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 왜 어른들은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는 걸까? 할아버지는 "너한테 바라는 것이 있다. 네 인생이 내가 살았던 만큼 행복하길 바란다"는 글을 남기고 가신다.

『우리 할아버지』(비룡소)도 손녀와 사계절을 함께 보내면서 겪은 이야기를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펼쳐 보인다. 봄날에는 씨앗을 심고, 여름날에는 해변에서, 가을날에는 물고기를 잡으며, 겨울날에는 눈내린 거리를 걸으며 나누는 이야기들이 한편의 시처럼 우리 가슴 속으로 파고 든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늘 앉아 계시던 낡은 의자만 남는다.

삶과 죽음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은데, 그걸 말하기가 정말 조심스럽다.

<어린이 책 전문서점 '동화나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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