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행복 막는 건 타인 시선 의식하는 ‘체면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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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국의 ‘체면문화’와 행복지수는 어떤 관계일까. 남에게 잘 보이려는 욕망이 큰 사람일수록 행복감이 낮았다. 남에게 ‘보이는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스스로 ‘느끼는 행복’을 중시하는 사람보다 행복감이 두 배 이상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에 잘 보이기 위해 더 많이 신경을 쓰지만, 실제 인간관계 만족도는 그에 정확하게 비례하지 않는 것이다.

과시욕이 큰 사람일수록 자존감도 낮았다.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느끼는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보이는 행복’을 좇는 사람들보다 세 배 이상 ‘그렇다’고 답했다. 자신의 내면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체면을 중요시하는 것이 삶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조사팀은 “행복은 겉으로 보이는 객관적 조건이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 느낌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아무리 부유한 집안 배경, 좋은 직장, 좋은 학벌을 갖춘 ‘엄친아’라도 본인이 불행하게 느낀다면 그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남에게 멋져 보이려다 보면 정작 자신이 행복감을 느끼는 일을 포기하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배영대·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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