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늘어나는 중국 관광객 … 더 와도 걱정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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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의 근시안적 관광정책이 답답하기만 하다.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는데도 관광업계에선 준비 부족으로 “더 와도 걱정”이라고 한탄할 정도라니(본지 8월 17일자 1, 4, 5면) 굴러 들어오는 복덩어리를 발로 걷어차는 격이나 다름없다. 서울 시내엔 마땅한 호텔이 부족하고, 관광 가이드는 수준 미달인 데다, 중국에 대한 편협한 시각까지 얹어져 중국 관광객의 등을 떠미는 형국이라고 한다. 참으로 경악할 일이다. 일본·대만·동남아 등 주변국들이 한 해 5000만 명에 이르는 중국 여행객을 잡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 관광객 유치를 한다며 양(量)적 확대에만 급급했다. 그러기에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비자 제한을 과감하게 풀었던 것이다. 그러나 준비 안 된 관광객 맞이는 오히려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릴 뿐이다. 호텔이 없어 두 시간이나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자야 한다면 한국 이미지가 좋을 리 없다. 이제 중국인 관광 정책은 양이 아닌 질(質)로 승부해야 할 때가 됐다.

관광의 질 향상은 ‘악순환 고리’를 끊는 작업이다. 그 고리는 한국 여행의 낮은 만족도에서 시작된다. 만족도가 떨어지니 현지(중국)에서 한국여행 상품 가격이 낮아지고, 국내 여행사들은 낮은 가격에 맞추느라 다시 ‘덤핑 관광’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악성 고리를 끊는 방법은 단 하나, 우리의 관광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호텔·식당·쇼핑센터의 대대적인 정비와 함께 관광과 의료의 결합, 관광과 한류의 접목 등 고부가 타깃 상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다시 오고 싶은 한국’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각 부처에 흩어진 관련 업무도 한 곳으로 모을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업계에 떠넘길 수도 없다. 정책 당국과 업계, 가이드, 협회 등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산업이 다 그렇듯, 관광분야 중국의 존재는 우리의 21세기 먹을거리와 관련된 사안이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서는 요즘 해외여행 붐이 일고 있다. 우리가 1990년대 초 경험했던 일이다. 해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수는 134만 명으로 전체(약 5000만 명)의 2.7%에 불과했다. ‘한국은 꼭 가봐야 할 매력적인 이웃’이라는 이미지를 판다면 당장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리는 지난해 중국과의 상품교역에서 325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행수지는 적자다. 중국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 수는 약 320만 명으로 한국방문 중국 관광객 수보다 거의 두 배나 많다. 심각한 불균형이다. 관광 품질을 개선한다면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새로운 유망 산업으로 키워갈 수 있을 것이다. 노다지 ‘중국 관광 달러’를 주워 담을 것이냐, 아니면 내칠 것이냐. 그 해답은 우리 하기에 달렸다.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국가적 마스터플랜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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