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USTR 신설 … 첫 무역협상 대표에 가오후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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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미국의 통상대표부(USTR) 대표직과 유사한 ‘국제무역담판대표(CITR : China International Trade Representative)’라는 자리를 처음 만들었다. 세계 1위 수출국이자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중국이 최근 급증하는 무역분쟁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관영 신화통신은 17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국무원(중앙정부)이 상무부에 국제무역담판대표 직책을 신설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장관급인 1명의 대표직은 상무부 부부장을 겸직하도록 하고, 차관급인 부대표도 2명을 두도록 규정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국무원의 위임을 받아 중국과 관련된 대형 양자무역 협상을 전담하게 된다. 중국 내부의 입장을 조정하고 무역 관련 문건이나 협약을 맺는 일도 맡는다.

신임 대표에는 가오후청(高虎城·59·사진) 상무부 부부장(차관)이 임명됐다. 베이징(北京) 제2외국어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한 그는 프랑스 파리 제7대학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기계수출입공사에서 근무한 뒤 광시좡(廣西壯)족자치구 부주석을 지냈다. 2003년 11월부터 상무부 부부장으로 활동해 왔다. 2명의 부대표 자리에는 중산(鐘山·55) 상무부 부부장과 충취안(崇泉·58) 상무부 부장조리(차관보)가 각각 임명됐다. 저장(浙江)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중 부부장은 저장성의 방직기업 등 기업 현장에서 장기간 근무해 실물 경제에 밝다. 저장성 부성장을 지냈다.

충 부장조리는 베이징 대외무역대학을 졸업한 뒤 상무부의 전신인 대외무역경제합작부에서 줄곧 일했다.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들은 이미 7월부터 관련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장관급의 무역 협상대표를 신설한 것은 그만큼 무역협상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미국·유럽연합(EU)·일본을 비롯한 주요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갖가지 무역 공세를 받아왔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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