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정기예금 금리에서 4라는 숫자를 본 지가 오래다. 7월에 기준 금리가 한 차례 올랐지만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여전히 3%대에서 꿈쩍을 하지 않는다. 연초 특판예금 판매로 곳간이 두둑한 은행들이 예금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은 까닭이다.
그래서 최고 4%대를 내건 예금상품에 고객의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다만 그런 금융상품은 대부분 한도를 정해 반짝 팔고 마는 한정판 상품이다.
기업은행이 창립 49주년을 기념해 이달 초부터 판매 중인 특판예금은 11영업일 만에 1조2400억원이 몰렸다. 당초 이달 말까지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판매 한도(1조5000억원)가 이번 주 중 다 찰 전망이다.
3000만원 이상 가입할 수 있는 이 특판예금은 최고 금리가 연 4.23%다. 기업은행과 처음 거래하는 고객에겐 기존 고객에 주는 금리(연 4.13%)보다 0.1%포인트 더 얹어 준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의 전략이다. 최고 금리 연 4.4%인 중소기업금융채권(1년제)도 특판 중이다. 중기채는 예금이 아니라서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 대신 금리를 더 준다. 기업은행 개인고객부 김종익 팀장은 “그동안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렸다고 해도 생색내기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특판예금은 금리를 실제로 크게 올렸기 때문에 고객들의 호응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판예금은 대구은행에서도 판매 중이다. 이 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독도사랑, 환경사랑 e-편한 정기예금’을 100억원 한도로 판매한다. 기본 금리는 연 3.85%이지만 우대 금리를 포함하면 최고 연 4.15%까지 받을 수 있다. 이 예금은 신규 고객보다는 기존 거래 고객을 더 우대한다. 우수 고객이거나 1000만원 이상 가입할 때 또는 만기를 맞은 예금자가 재가입할 때 0.1%포인트씩 추가 금리를 준다. 이 은행 채널기획부 한남식 부부장은 “1년 전 판매한 특판예금 만기가 돌아와 이런 고객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준비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공동 구매 예금도 4%대 금리를 기대하는 고객들이 찾고 있다. 모집금액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예금 금리가 높아지는 상품이다.
우리은행 ‘우리 e-공동구매 정기예금 12차’는 16일까지 256억원어치 팔렸다. 모집금액이 기준선인 200억원을 넘겨 최고 금리인 연 4.2%(18개월 가입 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가입금액과 상관없이 단돈 1000원에도 같은 금리가 적용된다. 이 은행 U뱅킹사업단 박동구 과장은 “지난달 판매한 11차 공동구매 정기예금과 마찬가지로 이번 상품도 한도가 조기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1차 공동구매 정기예금은 모집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1000억원 한도를 채웠다.
SC제일은행은 16일 ‘e-그린세이브예금’ 공동 구매를 출시했다. 기본 금리는 연 3.9%이지만 50억원 이상 모집 시엔 4%, 100억원 이상 4.1%, 200억원 이상 연 4.2%로 금리가 높아진다. 앞서 지난달 판매한 1차 공동구매 예금엔 74억원이 몰렸지만 당시엔 기준선(100억원 이상 4.1%)이 높아 기본 금리(3.9%)만 제공됐다.
한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