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貨 X-마스의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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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처 유로화로 바꾸지 못한 프랑화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입하세요. "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의류 유통업체 C&A가 요즘 프랑스에서 내놓은 광고문구다. C&A는 7일부터 일주일 동안 프랑스에 있는 54개 매장을 찾는 고객들로부터 프랑화를 받을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지폐는 물론 동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시중에서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프랑화는 현재 중앙은행에 가야만 공식화폐인 유로화로 바꿀 수 있다. 이같은 환전에 따른 수고를 C&A가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것은 물론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 옷장이나 지갑 속에 남아있는 프랑화를 긁어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유럽에만 11개국에 4백49개의 매장을 갖고있는 C&A는 이미 지난주말 독일과 네덜란드·벨기에에서 이 전략을 채택해 대성공을 거뒀다.

특히 독일에서는 토·일요일 이틀동안 수백만 마르크가 C&A의 금고 속으로 들어왔다. 주말 행사기간 동안 매장별로 매출액의 5∼15%가 마르크화로 지불됐고 베를린의 일부 매장에서는 그 비율이 30%에 달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경기침체로 국내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략이 프랑스에서는 독일에서 만큼 재미를 못 볼 것으로 내다본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유로화가 도입된 지 반년째인 지난 6월 현재 약 1백83억마르크(약 11조원)가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프랑화의 경우는 7월 말 현재 1백77억 프랑(약 3조2천억원)이 개인들의 호주머니에 남아 있을 뿐이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cielbleu@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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